채석강을 거닐며

by 이상역

전북 부안 채석강은 격포항에서 격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절벽이다. 지형이 돌출된 탓에 오랜 세월 바닷물에 깎인 퇴적층은 마치 수 만권의 책을 쌓은 듯 한 거대한 층리를 이루어 장관을 이룬다.


겹겹이 쌓이고 구불구불 휘어진 채석강의 절벽 앞에 서면 유구한 시간과 자연의 신비감을 느낀다.


젊은 시절 김포공항에 근무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젊음의 한 시절을 보냈는데 같이 근무한 동료들과 88 출우회를 결성하여 오랜 기간 만남을 이어왔다.


출우회 모임에서 배우자를 동반해서 1박 2일 일정으로 부안을 다녀왔다. 첫날은 부안에서 만나 채석강을 구경하고 이튿날은 내소사를 돌아보고 곰소에 가서 젓갈을 사서 올라왔다.


가을은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여행은 이름만 들어도 어딘가를 간다는 설렘에 마음을 들뜨게 한다. 집에서 간단한 짐을 꾸려 차에 싣고 아내와 부안으로 향했다.


가을 여행객이 많아 서울에서 부안까지 가는데 교통이 상당히 막혔다. 부안까지 가는데 근 네 시간이 걸렸다. 변산의 숙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예약한 식당을 찾아갔다.


숙소 옆 식당에서 일행을 만나 회로 점심을 먹고 난 뒤 채석강으로 이동했다. 채석강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채석강을 구경하러 바닷가로 나갔다.


해안가 주변에 검은 돌로 이루어진 층리는 마치 켜켜이 책을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이 절경이다. 부부끼리 흩어져 채석강을 걷는데 돌이 미끄럽지 않아 걷기에 좋았다.


오랜만에 바닷가를 거닐며 바람을 쏘여 본다. 탁 트인 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검은색 돌이 절벽을 이룬 모습을 바라보자 가슴이 시원하다.


해는 서녘하늘로 서서히 이울어 가고 바닷가 돌 위에서 사진을 찍어주며 근 한 시간을 거닐었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에 바닷물이 거친 파도를 이루며 끊임없이 려온다.


사람이 건네는 과자를 먹기 위해 갈매기는 주변을 날면서 먹이를 가로채간다. 채석강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거닐며 구경했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사진 찍어 주기에 여념이 없다.


채석강을 한 바퀴 돌아보고 주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채석강 주변에는 선물로 멸치 살 곳이 없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동료에게 택배로 보내려고 일행과 격포항까지 걸어갔다.


격포항에 가서 함께 하지 못한 동료를 위해 멸치를 사서 보내고 모임에 참석한 동료들을 위한 멸치도 샀다. 그리고 차를 운전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도착해서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짐을 풀고 숙소에서 나와 모두가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부부끼리 노래방에 가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하루를 유숙하고 이튿날 아침에 내소사로 이동했다. 내소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소사로 올라가기 전 찻집에서 전통차 한 잔씩을 마셨다.


모임은 남자만 모일 때와 아내를 동반해서 모일 때 일정대로 움직이기가 힘들다. 사람이 많으니 당초 목표 대로 일정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부득이 다른 일정을 줄이고 천천히 여유롭게 구경하기로 했다.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내소사로 향했다. 내소사 일주문을 지나고목의 전나무가 길을 안내한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그늘을 드리운 오솔길을 걸어가는데 호젓해서 좋았다.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고 건강해 보였다. 내소사는 몇 번 왔지만 부부를 동반해서 오는 것은 처음이다. 모두들 공직을 물러나고 살아가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전나무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어가자 드디어 내소사다. 내소사 절집 규모가 아담하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 혜구두타 스님이 세웠다고 한다.


내소사에 도착하자 천년이 된 느티나무가 일행을 반긴다. 느티나무 둥치를 보니 족히 천년의 세월을 버텨낸 것 같다. 느티나무 바로 위 전각에서 나무로 건강과 축원을 기원하는 풍경소리가 울려 퍼지자 부산하던 마음이 정갈해진다.


내소사 대웅전까지 올라가 산사를 돌아보고 난 뒤 일행과 사진을 찍고 내소사를 내려왔다. 주차장에 내려오자 일행이 곰소에 가서 젓갈을 사자고 한다. 곰소는 젓갈로 유명한 곳이다.


곰소는 은어로 소금이란다. 이전에 곰소에 염전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고 젓갈로 유명하다. 부부가 같이 와서 그런지 살림과 관련한 것을 사기 위해 시장을 서성이며 구경했다.


곰소항에서 젓갈을 사고 난 뒤 점심을 먹고 카페 마실로 이동해서 차를 마셨다. 차는 취향대로 시켜 놓고 그간 살아온 이야기와 아이들 결혼 문제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모임을 결성한 지 삼십여 년 이상 되었으니 동료 아이의 성장과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는데 정겹기만 하다.


카페에서 커피를 얼마나 잘 볶는지 모르지만 카페 이름에 커피 볶는 집이라고 표시해 놓았다.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 방문도 처음이다.


부안에 와서 이틀간 많은 것을 구경했다. 모임에서 가을에는 부부모임을 하기로 한 것을 잘한 것 같다. 매년 가을이면 동료 부부가 모여 1박 2일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구경 겸 관광을 다닌다.


곰소항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는데 간간이 교통도 막히고 날도 어둑어둑해졌다. 부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가 좀 먼 것 같다. 차가 불을 밝히며 어둠 속을 헤치며 달려갈수록 그 불빛 속으로 그간 살아왔던 지난날이 녹아드는 것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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