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책

by 이상역

추운 겨울이지만 며칠간 온도가 올라가자 밖에 나가서 산책하기에 좋은 날씨다. 삶에서 산책은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여유로움을 갖게 한다.


요즈음 점심시간에 딸네 집에 가서 손주를 데리고 밖에 나가 한두 시간 정도 산책을 시키고 돌아온다. 손주가 아직은 어디를 다니지 않아서 손주가 밖에 나가겠다고 하면 손주 손을 잡고 산책을 다녀온다.


손주와 산책 가는 곳은 주로 건너편 아파트 단지나 인근 공원이다. 손주 손을 잡고 건너편 아파트 단지를 걷다가 단지 옆 두뎀이 공원과 개롱공원을 한 바퀴 휘휘 돌아오면 근 두 시간은 걷는다.


손주가 두 돌이 지나(27개월) 자 손을 잡고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성장해서 걷기에 어려움이 없다. 아파트 단지를 걷다가 손주는 약간 비탈진 길만 나오면 뛰어서 내려간다.


손주가 뛰기 시작하면 손주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주 손을 꼭 잡고 같이 뛴다. 손주는 뛰면서 내게 "담이가 할아버지보다 더 빨라"라고 숨을 헐떡이며 말한다.


손주가 넘어져 다치지 않도록 보조를 맞추어 뛰다 보면 나도 숨이 차오른다. 손주는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면서 이것저것 묻기에 바쁘다.


손주의 주요 관심사는 집게 있는 쓰레기차와 집게 없는 쓰레기차의 용도다. 아파트 단지를 걷다 돌을 보면 "할아버지! 돌은 어떤 차가 가져가"라고 묻는다. 그러면 내가 "집게 없는 트럭이 와서 싣고 간다"라고 말해준다.


유년의 아기에게 집게 달린 쓰레기차가 세상에서 가장 신기해 보이는가 보다. 딸네 집에 가서 손주를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법은 집게 쓰레기차를 보러 가자는 말이다.


이삿짐을 올리거나 내리는 사다리차와 종이와 플라스틱을 가져가는 집게 쓰레기차는 손주가 가장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는 차다. 손주가 성장하면서 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공룡은 어른보다 더 구별을 잘하는 것 같다. 공룡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기며 어떤 종류의 공룡인지 발음하기도 어려운 것을 곧잘 말한다.


우리는 공룡책을 보고 내용을 읽거나 공룡 밑에 적혀 있는 이름을 보고 말하는데 손주는 공룡의 그림만 보고도 무슨 공룡인지 안다.


공룡의 어떤 모습과 특징을 보고 공룡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인지 신기할 정도다. 어른과 아기가 사물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이 확실히 다른가 보다.


성장하는 아기에게 차나 공룡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시각을 통한 사물을 구별하고 언어를 습득하는 것 같다. 어른에게 두세 번 들은 말은 잊지 않고 뇌에 저장해 놓았다가 적당한 시간에 말로 표현을 한다.


대부분의 아기가 두 돌 무렵에 겪는 것이겠지만 아기 옆에서 아기가 차와 공룡에 대하여 구별하여 말하는 것을 지켜보면 언제나 설렘과 작은 흥분을 일으킨다.


그렇다고 내 손주가 똑똑하다거나 머리가 좋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기가 성장하는 과정은 옆에서 지켜볼 때마다 새로운 언어가 튀어나오면 신기한 세상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올겨울은 중간중간에 온도가 올라가서 손주와 밖에 산책을 가기에 좋은 날이 많았다. 인생의 한 시절을 손주 손을 잡고 밖에 나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고맙고도 감사한 일이다.


손주와 산책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정하게 다가가는 일이다. 아기는 너네가 알아서 키워라 하는 냉정한 말보다 손주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 일이다.


최근에 딸네 집에 가서 손주에게 할아버지 집에 간다고 하면 손주가 가지 말라고 말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나이 들어 나를 붙잡아 주는 사람은 손주 밖에 없다.


손주가 가지 말라고 붙잡으면 할 수 없이 걸치려던 옷자락을 내려놓고 다시 몇십 분을 같이 놀아주고 온다.


겨울의 추위가 빨리 지나가기를 소원한다.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손주 손을 잡고 공원의 오솔길을 걸으면서 봄노래나 불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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