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자료 준비

by 이상역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글을 잘 쓰는 것과 강의를 잘하는 것은 별개란 생각이 든다. 물론 글도 잘 쓰면서 강의도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강의에 앞서 강의자료는 강의할 때 도움이 되는 자료다. 강의자료는 강의하려는 내용과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다.


말재주도 없고 배운 것도 그리 많지 않은데 남들 앞에서 강의를 잘할 수 있을까. 말재주라도 좋으면 강의자료를 대충 만들어 강의하겠지만 사정은 영 그렇지 못한 편이다.


강의자료를 만드는 것도 이것저것 생각해야 해서 어렵고 힘들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과정인지 수강하는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 종사하고 지식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등 고려해야 한다.


지난주부터 강의자료를 만드느냐 좋아하는 글도 쓰지 못하고 PPT 자료 작성에 온 신경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강의자료에는 충분한 내용을 담아 작성해야 강의할 때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서다.


공직에 근무하던 시절 맡은 업무에 대하여 수 차례 강의를 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직장에서 물러나면 강의할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우연히 기회가 주어졌다.


강의를 수강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알 수는 없다. 협회에서 두 해 동안 법령에 대한 지식을 쌓고 강의도 몇 번 한 경험이 있어 자연스럽게 강의까지 이어진 것이다.


강의는 현장에서 강의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강의자료를 어떻게 준비해서 하느냐다. 법에 대한 강의는 내용이 풍부하고 배경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전해줄 지식이 많아진다.


공직에 근무할 때 민원인이나 시도나 시군구에서 법률에 대한 유권해석 요청이 오면 기존에 내렸던 유권해석을 찾아서 법의 취지와 기존에 유권해석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유권해석을 내려주곤 했다.


법률에 대한 유권해석은 민원인이나 시군구에서 소송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따라서 유권해석에 대한 방향과 틀이 서면 윗사람에게 방침을 받고 유권해석을 내려준다.


또한 유권해석을 내려주면 민원인이나 시군구에서 어떤 뜻인지를 다시 물어봐서 조문에 대한 해석은 누구보다 해박한 수준을 갖추게 된다.


그렇게 법에 대한 지식은 유권해석을 통해 쌓이고 그 결과를 모아 질의회신집을 만들어서 시도나 시군구에 배포한다. 어떤 법률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되는 것은 질의회신집을 만들면 서다.


사실 법 조문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쟁점사항이나 문제점에 대한 관점이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하지만 질의회신집을 만들며 조문을 읽다 보면 조문의 내용이 들어오고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이번에 강의를 맡게 된 것도 그간 유권해석을 해본 경험과 강의 등을 살려서 법률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된 것이고, 강의 경력이 쌓이면 법률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갖추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법이든 그 법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법률을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질의회신집이나 해설집을 함께 읽어야 조문의 내용을 이해하고 다른 뜻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법률에 대한 유권해석은 신중해야 한다. 현직에 근무할 때 한 직원이 유권해석을 잘못 내려준 적이 있다. 그런데 지자체 직원은 잘못된 유권해석을 근거로 허가를 내주고 소송에서 자신은 유권해석에 근거하여 허가를 내준 것 밖에 없다고 진술한다.


결국 소송에서 유권해석을 잘못 내려준 직원은 법원에 참고인으로 참석하여 진술해야 했다. 소송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지자체 직원은 법률상 허가를 내주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유권해석을 근거로 허가를 내주고는 유권해석을 잘못 내려준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법률 운영 담당지가 주의할 것이 유권해석이다. 특히 인사발령 초기에 당해 법률을 잘 알지 못해서 잘못된 유권해석을 내려주는 경우가 발생한다.


민원인이나 지자체 직원은 법률의 유권해석을 내려주면 그대로 믿고 행동한다. 그리고 민원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으면 법률의 내용이야 어떠하든 자기가 받은 유권해석이 정답이라고 믿는다.


공직과 민간기관근무할 때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이제는 법률에 대한 유권해석을 어떻게 내리고 답해야 하는지 방향을 알게 되었다. 세상을 보고 들은 경험치가 그 속을 들여다보는 눈과 귀를 깊고 넓게 해 주었다.


내가 만드는 강의자료도 법률에 대한 유권해석을 강의하는 내용이다. 남들 앞에서 강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수강생이 강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가 중요하다.


어쨌든 이번 강의를 통해 법률에 대한 수호자이자 지식의 전달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관련 산업의 육성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낙엽 따라 가는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