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새해맞이

by 이상역

을사년이 가고 병오년을 맞이했다. 푸른 뱀이 가고 붉은말이 다가온 해다. 매년 육십갑자로 맞는 해이지만 새해가 되면 마음의 깊이가 달라지고 그 의미가 새로워진다.


아침에 구봉산을 올라가는데 높은 언덕마다 사막의 미어캣처럼 부모와 아이들이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서성거린다. 병오년 첫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가족의 소원을 빌기 위한 것 같다.


방송마다 전국에서 병오년 첫날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분주하게 보여준다. 동쪽에서 해는 매일 뜨는데 사람들은 무슨 해를 맞아 첫 번째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려고 한다.


해는 바닷가나 산이나 집에서 보아도 되는데 왜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서 일출을 보려고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무언가에 의지하고 기대어 파아란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유명한 장소에 가서 새해맞이를 하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높은 산사를 찾아가서 불공을 드리며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도 우리뿐만 아니라 동서양 모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새해에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한해를 건강하게 보내고 가정에 행복과 행운이 충만하기를 비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숙명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구봉산 정상을 지나 내가 자주 가는 곳에 다다르니 벌써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사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그들 모두 손에 휴대폰을 들고 동쪽을 향해 해가 뜨는 장면을 찍으려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며 말한다. 드디어 먼 지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자 사람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댄다.


나도 그들과 함께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사진을 찍어서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병오년은 조용히 보내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무리에 휩쓸려 사진을 찍고 동쪽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올 한 해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마다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하며 기도했다. 사람은 무언가에 의지하면 한없이 나약해진다. 새해맞이를 하는 것도 다른 의미로 보면 무언가에 대한 기대임이다.


나 이외에 누군가가 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돌보아줄 것을 기대는 마음의 의지다. 물론 무언가에 기댄다고 해결될 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도 없다.


사람이 무언가에 대한 기대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런 나약함을 절대자에게 의지하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의 간절함이자 소원이다.


며칠간 포근했던 날씨가 병오년 첫날이 되자 매섭게 변했다. 하늘도 을사년이 가고 병오년이 온 것을 아는 것인지 새해에는 더욱 건강에 조심하라는 듯 날씨가 춥고 바람마저 불어댄다.


어제의 묶은 해는 졌고 오늘은 새로운 해가 떠올랐다. 새해에는 다른 무엇보다 붉은말처럼 건강에 주의하고 가족에게 더 신경도 쓰고 넉넉한 마음으로 아우르며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한 해의 끝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