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삶

by 이상역

병오년의 새로운 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었다고 변할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삶은 언제나 진지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지난해 돌아가신 이순재 씨가 수상소감으로 한 말이 생각난다. "연기에는 완성이 없다. 그래서 끝이 없다. 나는 지금도 배우고 있다."라고 했다.


구순이 지난 사람도 겸손한 자세로 연기를 배우고 공부한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연기를 하는 배우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 지혜롭게 살아가야 한다.


전업 작가로 글을 쓰던 가정에서 일을 하든 어떤 일이나 쉽게 완성되는 것은 없다. 그래서 늘 배우며 공부하는 자세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도 끝이 없는 길이다. 늘 공부하고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곧 지혜롭게 사는 길이다.


젊은 시절 몸담았던 직장에서 물러나고 나이 들어 집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이순재 씨가 한 말이 더 새삼스럽고 삶을 사는 지혜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삶에서 어떤 일이든 허투루 해서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집에서 청소를 하든 설거지를 하든 대충대충 해서 이루어질 것도 없고 그렇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편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없다.


어떤 일이나 머리도 써야 하고 몸을 움직여야만 이루어지고 그 일은 끝없이 반복해서 수행해야 한다. 결국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것은 끝없이 반복되는 일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는 일도 대충대충 써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글자 하나하나에 온 마음과 정성을 들여 써야 문장이 완성되고 글이 완성된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고 남들처럼 구경이나 할 입장도 아니다. 올린 글을 다시 읽어보면 틀린 글자가 보이고 문맥이 잘못된 것이 보이면 글을 수정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지혜롭고 넓게 바라봐야지 비뚤어지고 굴곡지게 바라보면 제대로 된 세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뒤틀린 세상만 바라보게 된다.


인생이 깊어갈수록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들여다볼 줄도 알아야 한다.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이해하고 함께 공감하는 마음을 나누어야 진정한 세상을 바라보고 읽을 줄 알게 된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라는 단어처럼 내가 느끼고 바라보는 것은 다른 사람이 느끼고 바라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내 마음과 같다면 문제가 없지만 사람은 각자의 마음으로 각자의 세상을 바라본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서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도 대상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느낌은 각자가 다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해가 떠올랐으니 과거의 일은 잊고 새로운 관점과 시각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삶은 과거에 일어났던 것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처럼 이제는 새로운 자세와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비록 과거에 경험한 것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대처하고 극복해야 한다.


오늘이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단순하게 시간만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는 체화된 삶이 가는 것이다. 그런 지나가는 듯한 삶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다.


삶에 완성의 의미는 없다. 그저 하나하나 다가오는 순간과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만들고 이루어 내는 과정이다. 삶은 과정에서 시작되어 과정으로 끝이 난다.


지혜로운 삶은 찰나에 다가오는 순간의 과정을 얼마나 지혜롭게 맞이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과 삶의 의지와 지혜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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