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한 때 시골에서 황톳길과 논두렁을 거닐며 가수 서유석이 부른 "가는 세월" 노래를 부르곤 했다. 이 노래는 세월의 흐름과 인생의 불변하는 마음과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노래한 것이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은 막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슬픔과 행복 속에 우리도 변했구려
하지만 이것만은 변할 수 없어요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산천초목 다 바뀌어도
이내 몸이 흙이 돼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서유석, '가는 세월')
젊은 시절에 서유석 가수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가는 세월의 노래에 담긴 가사도 좋아했다. 이 노래는 마음이 허전할 때 부르면 마음이 놓이고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로 들려온다.
가는 세월 앞에 장사가 없듯이 흘러가는 시냇물은 막을 수도 없다. 노래 부르며 알게 된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해도 진실한 마음은 변치 않는다는 것이다.
가는 세월이란 노래는 신나고 흥이 나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어디로 가는 있는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자 할 때 부르는 노래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세월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사람도 아기로 태어나서 청춘 시절을 겪고 노년을 맞아 그 시기가 다하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고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고 순환한다.
인생은 무상하고 허무한 연극무대란 생각이 든다. 가는 세월은 청춘 시절의 푸르름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장년기를 맞아 삶을 되돌아보는 시듦을 노래한 것이다.
가는 세월 앞에 영원한 것은 없다. 아무리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도 세월이 지나면 무너지고, 땅에 견고하게 뿌리내린 느티나무도 언젠가는 우듬지가 허물며 서서히 말라죽는다.
"가는 세월" 노래의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가사에 실려 있다.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산천초목 바뀌어도 이내 몸이 흙이 돼도 마음은 영원하다는 구절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뀌어도 사람이 살다 남긴 마음은 인연 따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머무른다.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떠하냐는 그 사람이 살다 간 세상의 흔적이자 온전한 정신이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되었지만 가는 세월의 시간을 두고 계산해 보면 아주 미미한 변화다. 지금에 와서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참으로 허접하고 허전한 마음뿐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고향을 뛰쳐나와 타관 땅을 떠돌아다니게 되었을까. 내가 진정으로 그리워한 삶은 어떤 것일까. 새삼 그 의미를 생각하며 "가는 세월" 노래를 불러보니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인생은 돌아보면 남은 것은 없고 언제나 빈 손만이 곁을 지킨다. 더 높은 자리를 오르기 위한 시간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움직이던 시간도 모두가 욕망과 욕심이 만들어 낸 시간들이다.
사람도 저 세상으로 떠나면 흙으로 변하고 그 사람이 살다 간 마음이 자식과 지인의 가슴에 머물다 사라진다. 그 사라짐을 하루라도 더 붙들고 잡기 위해 버둥거리며 생을 버텨낸 것은 아닐까.
새해가 바뀌었는데 앞으로 어떤 삶을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삶은 길이 없고 고독하고 외로운 길이지만 "가는 세월" 노래나 힘차게 부르며 그에 대한 정답이나 한번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