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새해가 되자 손주는 나잇값을 하려는 듯 지난해보다 의젓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행동양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는 나날이 성장해서 변화된 모습으로 다가온다.
손주가 태어나고 손주를 보러 다닌 지도 어느덧 일 년 육 개월이 되어간다. 손주는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성장하고 말이나 행동이 많이 변했다.
손주를 곁에서 바라보며 느끼는 것은 사람은 자라서 독립할 때까지 부모가 자녀에게 들이는 정성과 사랑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아기를 돌보는 일은 인내와 끈기와 정성과 사랑을 요구한다.
아기와 관련한 것은 어느 것 하나 쉽게 생각해서도 소홀하게 다루어서도 안 된다. 늘 세심한 주의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한 사람을 키우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데 부모님은 팔 남매를 어떻게 돌보셨을까.
지금 세대는 둘도 키우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여덟씩이나 되는 자식을 키워서 출가시켰으니 부모님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자식이 많으면 이리저리 차이고 북적이고 조용한 날이 없다.
형제자매가 많으면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은 자식이 많은 것은 고사하고 한 명이나 둘이니 스스로 배우며 성장해야 한다. 아기도 귀하지만 곁에서 보고 배울 만한 또래를 만나는 것도 힘든 세상이다.
어쩔 수 없이 자라는 시기에 따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않으면 같은 또래를 만날 수 없다.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려면 또래들이 노는 곳에 가야 하는데 옛날처럼 골목이나 바깥에서 노는 아이를 만나기도 힘들다.
사회성은 자라서 배워도 된다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않으면 놀이터나 공원에서 같은 또래를 만날 수가 없다. 손주를 데리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놀려고 해도 정문을 지키는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손주가 아직은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아 공원에 가서 놀아준다. 공원에 인조잔디를 깔아 놓은 곳에서 훌라후프를 굴리거나 공을 차고 논다. 공원에는 또래 아이는 없고 나이 든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손주네 집 옆에 공원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공원이 없으면 손주와 놀러 갈 만한 놀이터도 없다. 도시는 또래들과 놀거나 공을 차고 싶으면 돈을 내고 어딘가를 다녀야 한다.
사람은 자연과 마주 보며 성장해야 정서적 함양이 배양되는데 시대가 발전할수록 자연보다 인공이 가미된 놀이나 시설을 이용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정서적 함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손주에게 작은 추억을 품을 수 있도록 공원이나 놀이터를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놀아준다. 손주를 위한다고 해주고는 있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새해를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 세월은 참 빠르게도 흘러간다. 손주네 집에 와서 손주를 데리고 바깥에 나가 돌아다니면 두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가는 세월은 붙잡을 수 없지만 가는 세월에 손주와 함께 추억이라도 부지런히 쌓아야겠다. 그래야 먼 훗날 인생을 돌아보며 애잔한 미소라도 지을 수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