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나래를 펼 청첩장

by 이상역

내달에 결혼하는 막내딸이 모바일 청첩장을 만들어 카톡으로 보내왔다. 종이로 만든 것보다 모바일로 만든 청첩장을 바라보니 보기도 좋고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막내딸이 결혼하면 두 딸 모두 결혼해서 출가를 하게 된다. 모바일 청첩장에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막내딸 결혼 청첩장을 어떻게 지인들에게 알릴 것인지 나름 생각해서 순서를 정했다.


우선은 결혼식날 축의금 접수를 봐줄 세 사람을 정해서 카톡으로 소식을 보내고 접수업무를 봐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그러자 모두 그날 시간이 된다며 가능하다는 연락을 해왔다.


다음은 내가 가입해서 활동하는 친목 모임의 총무에게 카톡으로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면서 회원들에게 공지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두 모임의 총무가 카톡 모임방에 막내딸 결혼 소식을 올리자 지인들의 축하 댓글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머지 모임은 내가 직접 카톡 모임방에 올리고 사촌들이 가입한 밴드에도 직접 막내의 결혼 소식을 올렸다. 그러자 회원들과 형제들의 축하 댓글이 달렸다.


세상이 참 편해졌다. 편지나 전화를 하지 않고도 수십 명의 사람에게 결혼 소식을 한 번에 알릴 수 있다니.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허허허" 웃으시며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다."라고 말씀하셨을 텐데.


아울러 평소에 카톡으로 종종 소식을 주고받던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결혼 소식을 알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문자로 결혼 소식을 단체로 전했다.


먼저 문자를 보내기 전에 카톡에 있는 모바일 청첩장을 복사해서 문자에 붙여 넣고 가나다 순으로 된 지인들의 전화번호 명단에서 그간 애경사를 나누었던 사람을 순서대로 선정했다.


그렇게 첫 번째로 백여 명에게 모바일 청첩장과 함께 딸의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 새해에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을 첨부해서 보냈다. 어어서 두 번째로 백여 명을 선정해서 보내고 마지막으로 사십여 명에게 같은 방식으로 전했다.


문자로 지인들에게 모바일 청청장을 보내고 나자 전화를 걸어와서 축해해 주는 사람도 있고 백여 명은 결혼을 축하한다는 답장을 문자로 보내왔다.


근 삼일 동안 모바일 청청장을 돌리고 나자 머리가 멍해졌다. 막내딸의 청청장을 돌리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그간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하는 것에 대한 반성과 자각이다.


자녀의 결혼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결정체이자 꽃이다. 하기사 자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그간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면 삶의 힘든 청춘 시절이자 온갖 희로애락이 생각난다.


일주일 동안 축하 댓글과 문자를 소나기로 받고 보니 그래도 나름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축하의 문자와 말을 많이 받는 것은 그만큼 삶을 굳건하게 지키며 남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삶이 담긴 종이와 모바일 청첩장을 돌렸으니 내 손에서 활시위는 떠났다. 결혼식날 누가 오고 안 오고는 그 사람의 선택이고 그 선택을 존중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결혼식에 올 사람이 오지 않은 것을 두고 다툴 수는 없다. 내가 알던 지인의 선택은 오롯이지 결과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자신이 어떻게 선택해서 갈 것인가 하는 또 다른 선택의 길이다.


지금껏 살아오며 맞이한 경조사는 아버지와 장인어른 회갑연, 아버지와 장모님 애사, 큰딸 결혼에 이어 막내딸의 결혼이다. 집안의 큰 행사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는 잘 모르고 그 순간이 지나야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집안의 큰 행사를 겪어봐야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의 기쁨과 슬픔의 깊이를 이해하게 된다. 특히 애사는 슬픔 속에서도 먼 곳에서 시간을 내어 찾아와 준 사람의 고마움과 따뜻한 후의를 전한 사람의 깊은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받는다.


인생의 과정에서 보면 집안의 큰 행사도 순간에 거쳐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행사를 통해 인생의 곡절이 깊어지고 슬픔의 옹이가 생겨 단단해지게 마련이다.


어찌 되었든 내달에 결혼하는 막내딸이 무사히 결혼식을 마칠 수 있게 되기를 소원한다. 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끝이 없지만 가족과 친지와 지인들에게 삶에 날개를 단 청첩장을 돌렸으니 막내가 가는 인생길에 디딤돌을 놓아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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