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적응기

by 이상역

아침에 등산을 하고 초등학교를 지나오는데 갓 입학한 학생이 부모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주에 입학해서 부모와 같이 등교하는 것을 바라보자 내 어린 시절과 딸들의 유년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이 없던 시절이라 초등학교 입학이 첫 사회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식날 아버지 손을 잡고 입학식에 참석한 후로는 홀로 십여 리 길을 형들과 걸어서 등교했다.


고향 집에서 학교까지 십여 길이니 부모 손을 잡고 며칠간 학교에 등교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리고 딸을 키우면서 어린이 집에 보낼 때마다 집에 있을 때는 멀쩡하던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만 보내면 감기로 고생해서 어쩔 수 없이 어린이 집을 그만두고 보모를 구해 집에서 돌보았다.


요즈음 아이들은 집에서 학교까지 오분도 안 되는 거리임에도 부모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부럽기도 하고 아이의 보살핌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손주도 엊그제 유치원에 들어갔다. 첫날은 목이 쉰 채 집에 돌아왔다. 아마도 처음 엄마와 떨어지고 할머니와도 떨어져서 지내다 보니 의지할 사람이 없어 유치원에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손주뿐만 아니라 누구나 낯선 환경에 둘러싸이면 어설프고 불안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목이 쉰 손주를 바라보며 엄마와 떨어져서 홀로 있다는 것에 얼마나 두렵고 무서워했을까.


그러던 손주가 삼일이 되자 금세 적응이 됐는지 어제는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유치원에서 하지 못한 말을 소나기처럼 쏟아냈다. 손주가 하는 말을 들으며 유치원에서 얼마나 말이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유치원이 낯설고 누구와 대화를 나눌 수도 어리광을 부릴 사람도 없으니 말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러다 자기 집에 돌아오니 친숙한 사람들이 보이자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 것이다.


그나마 걱정했던 것보다 유치원에 잘 적응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나는 손주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인근 공원에 데리고 나가 그네도 태워주고 손주 손을 잡고 공원을 돌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주에게 유치원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를 물으니 대답을 못한다. 그리고 무엇을 먹었는지는 말하는데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친구는 있는지 선생님은 어떠 한지를 물으면 묵묵부답이다.


물론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것과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은 많은 차이가 난다. 초등학교는 어느 정도 성장해서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유치원은 엄마와 떨어진다는 불안감에 초조해서 수시로 울지 않을까.


지난 삼일 간 손주를 지켜보는데 이틀째 되던 날은 유치원에서 돌아오더니 하는 말이 걸작이다. 집에 들어서면서 자기 엄마에게 "엄마 나 피곤해"라더니 엄마 손을 잡고 자기 방에 들어가 쉬자며 손잡고 들어갔다.


손주의 생각과 몸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손주가 말하는 것을 보고 알아낼 수밖에 없다. 자기 방에 들어가서 놀고 나온 손주에게 할아버지랑 공원에 가서 놀다 올까 하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한다.


그런 손주를 바라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손주가 헤쳐가야 하는 길이니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삼일 째 되는 날부터 말이 쏟아지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은 된 것 같다.


어른도 처음 가는 곳이나 처음 직장에 입사하면 안절부절못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허둥거린다. 하물며 두 돌이 지난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서 유치원에 가면 더한 상황에 직면하고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손주가 유치원에 잘 적응해서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보러 가고 싶어 하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집보다 유치원에 가는 것을 좋아해야 유치원 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어제는 공원에서 놀다 손주가 한강을 보고 싶다고 해서 둘이 손을 잡고 한강을 보러 갔다. 한강공원에 가서 그네도 태워주고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손주에게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만나거나 헤어질 때 항상 웃으며 인사해야 해"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응"하고 대답한다.


손주와 헤어지려고 손주 네 집을 나서며 손주를 번쩍 들어 올려 안아주자 내 가슴에 꼭 안기며 인사를 한다. 그런 손주와 헤어지며 돌아오는데 손주가 이제는 많이 컸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주야! 유치원에 잘 적응해서 집에서 데려다주고 헤어질 때 훌쩍거리지 말고 씩씩하게 웃으며 집에 있는 것보다 친구들과 선생님 보러 유치원에 가자고 조르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손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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