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은 꽃이 필 무렵에 부는 봄바람이다. 내가 사는 곳에는 봄꽃이 피지 않았지만 꽃 내음과 향기가 그리운 계절이다. 남녘에는 매화꽃이 피었다고 떠들썩한데 이곳은 아직이다.
꽃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봉오리를 열어 자신의 봄이 되려고 하는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다
꽃이 필 때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이 필 것이다(류시화, '꽃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이 시를 읽노라면 꽃을 피우기 위해 이른 봄부터 바람에 흔들리고 꽃샘추위로 봄앓이 하는 나무의 노고를 생각나게 한다. 언어의 마술사답게 시어 선택과 시의 전개 과정이 멋지다.
나무는 자신이 꽃피우는 것을 제일 먼저 본다는 생각과 꽃샘추위는 꽃이 피는 시기임을 알리는 전령이자 꽃은 저절로 피는 것이 아니라 힘겨운 과정이란 것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을 시에 담아 그려냈다.
봄이 되자 아름다운 시에 대한 갈증과 목마름이 더해진다. 봄이 다가오고 꽃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좋아하는 시집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들녘에 나가 봄바람에 책장을 넘기며 한 줄 한 줄 읽고 싶다.
사계절 중에 봄은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 계절인가 보다. 꽃바람이 불어오고 꽃샘추위가 변덕을 부려도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다가오는 훈훈한 봄기운은 밖으로 외출을 자극한다.
자연을 아름답게 수놓는 것은 봄꽃 외에는 없을 듯하다. 빨간색 하얀색 노란색 분홍색 등 자연의 캔버스에 자신의 색깔을 그려대는 것은 꽃에게 주어진 권능이자 마술이다.
오늘도 꽃샘추위로 다소 쌀쌀하지만 봄꽃이 피고 봄바람이 불어오면 꽃샘추위도 사그라들 것이다. 봄은 그냥 오지 않고 꽃샘추위를 따라 꽃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춤을 추며 느릿느릿 다가온다.
세상사 일이 그러하듯 모든 것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으면 추함이 있다. 봄에 꽃이 피는 것이 숙명이라면 꽃샘추위는 꽃이 피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운명처럼 태어났다.
"꽃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라는 시인의 시구처럼 봄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계절이다. 봄에 꽃바람이 불어오지 않고 꽃샘추위가 없다면 그 봄은 봄이 아니라 추운 겨울이나 마찬가지다.
삭막한 도시의 공간에 색칠을 하고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 것은 봄꽃과 꽃바람이다. 건조한 사람의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고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도 봄꽃과 꽃바람이다.
사람의 쌀쌀한 가슴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 것도 각박한 인정에 환희화 기쁨을 불어넣는 것도 꽃바람이다. 봄꽃이 만발해서 사람들이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봄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자.
꽃바람에는 봄의 정서가 가득 담겨 있다. 꽃바람 하면 먼저 버들피리 불던 시골길과 춘심을 설레게 하던 봄꽃과 함께 고향 마을 언덕에서 뛰어놀던 옛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내게 봄마다 불어왔던 설렘의 꽃바람은 지금 어디쯤에 머물러 있을까. 도시를 둘러싼 빌딩 너머일까 멀리 보이는 산자락 너머일까.
올해는 봄꽃과 함께 꽃바람이 꽃사태를 일으키며 불어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내 곁에 머물도록 붙잡아 두고 따뜻한 봄날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