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백수'

인플루언서 사업가에서 백수가 되기로 했다.

by 형태없는사람

혼자만의 길을 걷기 위해 , 생각으로 만들어진 나의 인생을 뒤집기 위해 , 1년간의 '연애금지' 뒤에 한일은 자의적 '백수'가 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집이 너무 가난한 이유도 있었지만 , 아마도 인정욕구 같은 것이 마음속에 치솟아 ,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가치없는 인간으로 느끼게 되어 버렸다. 어쩌면 고등학교 때 성적이 잘 나와 칭찬받았던 기억이 , 나에게는 너무 행복했었던 기억으로 남았던걸까? 남에게 칭찬받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남이 해주는 칭찬, 그것이야 말로 진정 나의 도파민을 솟게 하고 광대가 솟아오르게 하였다. 무언가 잘하면 나를 우러러 봐주고 , 저 사람 대단한 사람인가 봐 라는 눈치로 흘금흘금 보는 눈빛에 취해 , 나는 더 잘난 사람 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뇌리에 새겨진 기억은 , 만족을 모르고 관성처럼 ' 더 ' '더 많이' 를 외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20살 때 레이싱모델을 하며 , 뉴스에 나오고 모터쇼에 가면 날 찍어주러 오는 팬들을 보며 , 한껏 기분이 들떴다. 어릴 때 받지 못한 사랑을 이렇게 받으니까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 서울로 올라와 , 가수 오디션을 보고 가수가 되어 뮤직뱅크 무대에도 서보고 , 또 다른 기획사로 가서 연습생 생활도 했지만 여러 번 망하고 , 다시 레이싱모델을 하며 , BJ를 시작하게 됬는데 갑자기 인기가 많아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 그냥 방송을 켰는데 별풍선을 받고 모델을 할 때보다 수입도 훨씬 많아서 , 무슨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었다. 그래서 더 창의적이고 더 사랑받기 위해 또 ' 더' '더 많이' 에고가 작동하였다.




그때 당시 시청자가 1만 명이면 엄청나게 많이 보는 방송이었다. 그런 날 알아보고 중국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 가수로 성공하고 싶어서 시끄러울까 봐 장롱문을 열고 이불에 얼굴을 틀어막고 발성연습을 하던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나도 잘되는구나!" 싶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댄스학원에 가서 댄스안무를 배우고 , 중국어 과외를 시작했다. 다른 BJ 들 과는 다른 콘텐츠를 하겠다는 , 불굴의 의지로 혼자서 콘텐츠도 짜고 , 한국에서 3시간 중국에서 3시간 방송을 하며 잠은 새벽 2시에 자곤 했다.



일 년에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며 , 한국에서 모델 BJ 로서의 입지도 단단했었다.

콧대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그러다가 사업을 시작했는데 , 사업까지 운 좋게 대박이 났다. 착각이 일어났다. 열심히 하면 다 되는구나.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이런 일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남들과는 다르게 나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야 돼! 절대 뒤처져선 안돼! 그렇게 하루도 쉬지않고 살아내는 삶이 아니라 , 지켜내는 삶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드 때문에 중국방송국에서 더 이상은 한국 BJ는 방송할 수 없다 하였다. 새롭게 시작한 사업은 정말 잘되었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터졌다. 그때 당시 내가 팔던 제품은 야외에서만 착용이 가능한 제품을 팔고 있었는데 , 매출이 50% 아래로 급락해 버렸다. 갑자기 모든 것이 한꺼번에 안되기 시작했다. 수입이 괜찮았던지라 나의 모든 생활은 하나도 대비하지 않은 채 , 높은 수입에 맞게 높은 생활수준에 맞추어져 있었다. 어떻게 서든 그 수입을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이상한 강박으로 인해 매일매일 머리를 싸매며 , 어떤 사업을 다시 해야 다시 재기할 수 있는지 어떤 걸 해야 다시 예전에 그 잘 나가던 느낌이 충만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안절부절 손톱을 씹으며 머리에 다시 그런 삶을 사는 나를 그려댔다.



"꽃에게 빨리 자라라"라고 소리친다고 , 꽃이 자라나지 않듯 , 그렇게 매일 노력과 애씀을 다하며 대안을 찾아다닌다고 , 코로나를 대체 누가 막고 경제불황을 무슨 수로 내가 막을수 있겠는가




반드시 부자가 되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닐 텐데 , 생활의 편의가 나아진다고 해서 , 불안과 외로움 두려움이 나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 그냥 그걸 견딜 줄 아는 인간은 돈과 상관없이 행복할 것이다. 라는 이성적인 생각과 함께 "그래도 일은 해야지 열심히 해야지 지금 멈추면 금방 뒤처질걸?" "사람들이 지금 달리는 이유는 늙어서 편안해지기 위해서지! 나중에 먼 미래에 행복을 위해 지금을 갈아 넣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때를 위해 지금 당장 달려야 해!" 라는 양면적인 믿음이 서로 충돌하였다.

쉬는 날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인간이 된 날 보며 , 도저히 이렇게 살다가는 일만 하다 죽어 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연애금지를 포함 그냥 돌연 '백수' 가 되기로 했다.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공해서 , 세상 사람들과 같이 달려가야 한다는 목적지 없는 차에서 대뜸 내리길 선택해보기로 했다.

직업이 없으면 나는 가치가 없는 인간처럼 느껴진다는 것 . 인간으로 태어나 '직업' 이 있음으로 , 또는 '가치있음' 을 증명하기위해 일을 한다는것이 무언가 당연하게 여겨지면서도 내심 속이 불편했다. 왜냐면 직업없는 나는 '가치가 없는 인간' 이니까 . 조건이 있는 나만 ' 가치 있는 인간이니까 '




당연히 몸과 마음은 관성처럼 일터로 굴러갔다. 아이디어를 짜내고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어떻게 투자를 할지 ,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를 생각해 내고 있었다. 그리고 몇일 내내 밤을새며 궁리하는 날 보며 점점 알게 되었다. 나는 잘 쉬지도 못하고 , 멈추지 못하게 돼버렸구나.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는 게 힘들다니 쉬는 게 힘들다니.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에 앉아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 내려하려는 나를 몇 주째 지켜보며 ,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편안하지 못한데 , 내가 늙어서 편안해질 수 있을까?

지금 행복하지 못한데 돈을 많이 번다고 갑자기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 날카로운 현실과 이상은 매일 충돌했다. 내가 만약 70세 80 세 혹은 내일 죽는다면 , 이렇게 보이지 않는 인정욕구에 취해 일만 하다 죽는다면 , 그리고 죽기 직전 나의 삶을 돌아볼 때 나는 내 삶이 과연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답은 NO였다.




나의 모든 행동과 생각 느껴지는 느낌과 감정 모두 나의 습관이었을 테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리느라 , 건강은 안 좋아졌고 불안 또한 습관처럼 작동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이 무엇인지 , 그것이 왜 좋은지 무슨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아간다면 , 그것이 나의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나 있을까.




그렇게 나는 위기감, 불안, 움직이고 일하고 싶은 감정 들을 모두 마주해 갔다. 정말 일하고 싶어도 마음을 돌려 밖으로 놀러 나갔다. 혼자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 어찌나 쉬는 게 힘들던지 , 첫 달에는 정말 이대로 망하는 거 아닐까? 이 결정이 나를 망치는 건 아닐까 온갖 생존욕구들이 나의 에고를 총동원하여 시시각각 삶에서 생존하기 위한 단어들을 나열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굳게 먹고 혹여 망해도 , 십 원 한 장 없어도 나는 나를 사랑하리라는 굳은 다짐과 함께 , 매 순간 가슴속 불안과 그대로 멈춰 있어야 했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쓴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건 , 지금 내가 바라보는 현실의 해석이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했다. 누군가 열심히 꼭대기를 향해 달린다고 나 스스로 셀프 '부추김' 당하여 억지로 달려야 하는 그 삶에서 나는 반드시 나오리라! 그런 삶은 살지 못하면 너는 죽을 거야. 안정되지 않을 거야 행복하지 않을 거야 라는 나의 망상과도 같은 라디오를 더 이상은 믿지 않겠다.



그리고 , 두 번째 세 번째 달이 될수록 나의 불안과 계속해서 일하고 , 소유하고 사들여야 한다는 나의 믿음이 점점 사그라 들기 시작했다.





빼꼼빼꼼 나의 무의식적 습관이 말을 걸어와도 , 지금은 너의 시간이 아니라며 대화를 거부하고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을 쉬었다. 1년 동안 아무런 벌이도 없이 자의적 '백수'가 되었으나 이제 나는 두려움 대신, 조금 뒤처져도 된다는 여유를 얻었다. 오히려 아무 일 없음을 배웠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를 살아내지 못하면 , 나는 실패한 것이다.라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겐 자비 없는 지옥이었다. 비록 벌이는 없었으나 , 그동안의 '쉼'으로 인해 불안과 집착은 점점 사그라 들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좋은 성과가 있을까.





이런 것들은 나에게 1년 치 벌이 그 이상의 것들로 나에게 돌아왔다. 진정으로 쉬어도 좋고 , 또는 일할수 있어 감사할수 있는 '여유' 가 지금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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