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의 삶 03.
세상이 날 혐오한다고 믿었다.
( 인플루언서로 살아오며 봐왔던 악플들과
지난 N 번 방 사건으로 대인기피증을 얻었고 )
나의 부족해 보이는 틈들을 메꾸기 위해 ,
돈을 벌고 , 일을 하고 , 명성을 얻기 위해 쉬지 않고 나를 갈아 넣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나는 서울 성동구에
32 평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
" 이젠 끝났어! 나를 싫어할 틈이란 틈은 모조리 메꾸었으니 "
사람들이 원하는 모양의 얼굴로 성형을 하고 ,
사업을 시작해 돈도 벌고 있었고 ,
집도 샀으니 이제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시작했던 사업도 나쁘지 않게 굴러가고 있었던 터라 ,
머릿속 안에 허울로 만들어진 괴물은 점점 더
형태를 갖추어 갔다.
자신의 생각도 , 마음도 , 감정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인간에게
이런 걸 쥐어주다니.
딱 하나 자라나지 않았던 건,
나에 대한 마음.
그러니까 명예를 얻은나 말고
돈을 잘 버는 나 말고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나 말고
진짜 아무것도 포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나에 대한 마음은 자라나지 않았다.
창피하지만 ,
그 이전에 모든 남자 친구들은 몇 명 빼고
나의 사랑구걸과 집착에 시달리다 나를 떠났다.
사람을 만날 때는 나의 포장지를 한껏 부풀렸다.
부풀릴 수 있는 만큼 부풀렸다.
" 포장지에 구멍을 내어 보니 ,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네요 "
나의 마음이 나에게 말하며 비웃는 소리가 가끔 들려왔다.
알면서도 , 나는 그렇게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미 세상을 보는 시선이 그렇게 굳어져 ,
벗어지지 않는 안경이 나의 눈을 대신했다.
한편
신기하게도
포장하면 할수록 ,
무언가를 쌓아갈수록
곁에 사람이 많아질수록
진짜 내가 사랑받는 걸까?
포장지가 사랑받는 걸까?
포장지가 벗겨진 진짜 나를 알면 사랑이 유지될까?
마치 받아선 안 되는 선물처럼 ,
양면적인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
언제나 마지막엔 포장지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무기처럼 사용했다. 그게 마치 나인 것처럼.
영원할 거라 생각했고 내가 인생을 맘대로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때 당시 내 어깨 높이는
여행 갔을 때 봤던 눈앞에 빌딩보다 더 높았을 것이다.
사실은 삶의 손가락질 한방에 ,
툭 날아가버리는
그런 존재이면서.
그런 나의 오만을 혼쭐이라도 내려는 듯이
코로나가 터졌다. 갑자기 성공가도를 달리던 ,
사업에 매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매출이 떨어지자 나의 스트레스와
불안의 스위치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포장지로 만든 나의 쿨내는 점점 사라졌고
곤두박질치는 매출과
떨어지는 아파트 가격에
포장지가 벗겨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함께
내손톱은 점점 짧아져 갔다.
잘될 것 만 같았던 , 나의 사업
남자친구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
지속될 줄 알았던 나의 외모
유지하려고 부단하게 애를 써왔건만 ,
모든 것이 한꺼번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제 30 중반이 되어 7년 장기연애를 끝내
결혼하지 못한 미혼여자라는 딱지와
이별의 아픔.
벗겨지지 않는 혐오의 안경과
모든 걸 유지시켜 줄 것만 같았던
나의 포장지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어
먼지처럼 부유했다.
알몸으로 수백 명이 비웃는 길 한복판에 서있는 것 같았다.
모든 걸 다 가졌는데 ,
난 또 버림받았구나.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