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석탄

by gigigam

구름처럼 한순간 떠올랐다가 바람처럼 흩어지는 검은 가루

잠잠히 가라앉혀 몇겹으로 꽁꽁 싸매어

건드릴 수 없을 만큼 딱딱하게 굳힌다

그렇게 심연으로 들어가서

자물쇠로 잠구고 열어보지 않다가

어느날 우중충하고, 흐린 공기가 흐르면

동료를 알아차린 것처럼

내 안 어딘가를 두드리는 순간이 온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

아픈걸 알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투정하는 것도 아니고

더는 못견디겠기에 꾸밀 힘이 없어서

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냥 새어나오는 진심같은 소리

오랜 세월 묵혀둬서 지긋지긋해서 버려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가도

그 안에 내 일부가 있어서 역시 쉽지 않다

아주아주 큰 검은 자욱이 있어도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한

차갑고 축축해서, 잔뜩 웅크린

그때의 내가 지금 계속해서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힘차게 걷게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grosser_seestueck_sonnenuntergang_1885_von_james_e.jpg Large seascape (Sunset), 1885, by James Ensor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