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스름한 어깨에 잔뜩 찌푸린 미간
쨍한 햇살에 신이 많이 났지만
웃음은 어딘가 퀘퀘하게 새어나왔다
두 볼이 발그스레하니 마음이 설렌다는걸
신이 났다는걸 들킬까봐
기어이 아주 높은 곳에 올라가
아무도 못보고 못만지도록
데롱데롱 있었다
잠시 잠깐 햇빛도 비도 가릴게 없이 투명했고
바람 시원하게 살갖을 스쳤는데
새들이 푸드득 날아와서 부리로 쪼아대더라고
그래서 나무의 품속으로 움추러 들었다
하늘의 새가 울어재끼는 동안
가을이 지나고 눈오는 겨울이 되어
난 결국 땅으로 내려왔다
발 닿는 곳에서 다른 씨앗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