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각각의 집에서 준비한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우리 주인집 아저씨는 인싸이신지 어딜 가도 아는 사람이 많았다. 일본어를 모르니 일정도 정확하게 알지 못해 따라만 다니니 조금 답답했지만 그래도 옆에서 통역해 주는 동생 덕분에 조금은 소통이 되어 다행이었다.
본격적으로 놀 준비를 하시는지 어떤 옷가게에 방문하더니 수영복을 얼떨결에 사게 되고 가라츠시의 해변으로 향했다. 그전에 가라츠에서 유명한 햄버거 집이 있다고 하여 가보기로 했다. 주변이 소나무 숲인데 공터에 버스 같은 차에서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다. 나중에 한국에서 찾아보니 가라츠 명물 버거라고 하더라..... 옛날 햄버거 느낌에 일본풍의 소스가 적당하게 어우러져 정말 맛있게 먹었다. 소나무 숲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먹는 햄버거가 뭔가 신선하기도 했다.
우리는 드디어 가라츠 시에 있는 해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를 맞이해 주시는 일행이 있었고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해 주었다. 좀 전에 산 수영복을 입고 바다로 뛰어 들어갔는데 뭔가 계속 따끔따끔했다. 그 당시 해파리 같은 거라고는 하는데 그게 맞는지 아직도 의아하다. 해변에서 즐겁게 실컷 놀고 나니 옆에 대형 온천으로 데리고 가주셨다. 개운한 느낌으로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른 저녁에 일정이 끝이난 줄 알았다.
갑자기 우리를 다시 차에 태우시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때는 항상 목적지를 몰라 답답했지만 뭔가 도착하면 선물 같은 느낌도 좋았다. 차에 내리니 유카타를 입은 여자들이 눈에 띄었다. 도로 양끝에서 퍼레이드 같은 것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 남자들이 굉장히 높고 화려한 수레들을 이끌고 오고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높이가 15미터에 약 15톤 이상의 수레들이며 매년 여름 전염병 퇴치 및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다른 집에서 홈스테이 하고 있던 내 친구만 그 행사를 못 봤다고 한다. 집에서 도자기를 만들었다고 하며 일반적인 여행 가서도 보기 힘든 마쓰리를 못 봐서 안타까워했다. 축제가 끝나고 길에 작은 붕어 잡는 걸 해보았다. 과자로 만든 작은 국자로 물에 있는 붕어를 잡는 방식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과자 국자를 담가서 올렸는데 과자가 녹으면서 흐물흐물 해졌다. 흐물 해진 과자 위에 10마리 정도의 붕어가 보이자 홈스테이 주인아저씨가 소리를 질렀다. 본인도 그렇게 많이 잡은걸 처음 봤다고 한다. 옆에 있던 동생도 했는데 1마리 밖에 못 건졌다.
그렇게 행복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본 라멘집으로 향했다. 정말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그마한 포장마차 느낌의 가게였다. 이 날따라 무슨 오기였는지 미소라멘을 골랐다. 사실 돈코츠 라멘을 많이 좋아하는데 일본식 된장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소한 된장 맛과 생강, 숙주 등의 야채 조합이 환상적이었고 육수의 깊은 맛이 감탄을 자아냈다.
이 날 하루는 정말 최고였고 완벽했다.
다음날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 했다. 우리는 그 마을의 소바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정말 누가 봐도 소바 장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느낌을 받았다. 소바는 역시 맛있었다. 간장이 우리 한국과는 다르게 진하고 짜기는 했지만 그만큼 또 매력적이었고 메밀면의 향이 고소하게 올라왔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감동이었다. 각자 감사의 인사를 일본어로 했는데 나만 '아리가또고자이마스'라는 말만 남긴 게 많이 아쉬웠다.
참 아름다웠고 깨끗한 기억이었다. 더운 날씨였지만 덥다는 느낌하나 없이 기분 좋고 여운이 많은 여행이었다. 마쓰리를 보며 옛것을 보존하고 함께 하는 축제가 뭔가 부럽기도 했다. 이번 여행은 특성상 내 의지대로 할 수 없어 아쉬운 부분이 커 앞으로의 여행들은 자의로 움직이는 여행을 할 것이라는 다짐을 크게 했다.
꼭 다시 일본을 방문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