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무너짐과 더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실패감
지난 몇 달간의 내 생체 리듬을 곰곰이 되짚어봤다. 한 달의 반은 그럭저럭 의욕적으로, 나머지 반은 침체기를 보냈다. 퇴사하고 난 후 이 텀은 더 짧아졌다.한 달 중 일주일은 일에 집중하며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했고, 나머지 삼 주는 걷잡을 수 없이 무기력했다. 의욕적인 시기에 나는 늘 무리해서 일을 했다. 책상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꼼짝하지 않고 일만 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때론 새벽까지 한자리에서 붙박이처럼 앉아 과몰입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방전돼서 일주일 전처럼 하루를 헛되게 흘려보냈다.
외주 플랫폼을 통해 내가 하는 일들은 대체로 글을 윤문하거나 첨삭하거나 카피라이팅하거나 교정 교열하는 것이다. 좀 더 사이즈가 큰 것들은 사업계획서나 논문을 컨설팅하거나 책임 편집하는 것인데 이 작업들은 보수가 적지 않은 편이다. 물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성치 않은 정신이지만 뭐라도 해야 했기에 일이 들어오는 족족 받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의욕적으로 집중해서 일하는 기간은 한 달 중 고작 일주일에 불과했기 때문에 나는 시간 내에 일을 마치기가 늘 어려웠다.
돈만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는 현실이라 가리지 않고 받은 게 화근이 되어 돌아왔다. 받질 말걸, 하는 후회를 하며 최악의 컨디션으로 꾸역꾸역 일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래도 하고 나면 늘 결과물은 좋았다. 하루이틀만 미리 시간 내서 일하면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매번 반복됐다. 시간에 맞춰 쫓기듯 일하느라 온몸은 매일 긴장 상태였다. 늘 반복되는 이런 상황에 나 스스로가 한심하고 답답했다.
초반에 외주를 할 때만 해도 어쩌면 프리랜서 일이 직장 다닐 때보다 더 수입이 좋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 내 출판사를 하나 차리겠다는 포부와 함께 프리랜서 일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 계획했었다. 그때를 대비해 일 년치 포트폴리오도 작성하며 만들 책을 기획하고 리스트업 해나갔다. 그러나 무기력한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외주 일이 꼬이면서 어쩌면 나는 혼자 무언가를 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어 지금의 나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억지로 생계를 위해 벌인 일이 나를 더 피폐하게 만들고 있구나 하는 실패감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미래가 암담했다. 나아질 수 있기는 한 걸까?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면서 무슨 사업을 하겠다는 건가. 가족들은 내게 밖에 나가 산책이라도 하라며 안타까운 마음에 조언을 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건,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나가는 건 내 의지와는 별개였다. 강제성이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러닝 크루에도 가입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뛰기는커녕 걷는 것도 힘에 부쳐 허덕이는데, 괜히 가서 민폐만 끼칠 게 뻔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이십 킬로그램 가까이 증가한 체중 때문에 사람 만나기가 더욱 주저됐다. 단체방에 올라오는 크루원들의 사진을 보면 죄다 늘씬해서 그 속에 낄 자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