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또 나왔네?" 영화 록키 시리즈가 이어지고 록키 발보아가 나오고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더니 록키가 트레이너가 되어 크리드라는 영화가 시리즈로 나왔다.
이쯤 되면 다소 복잡한 기분이 드는데, 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을까 싶은 의문과 그럼에도 꼬박꼬박 챙겨보는 나란 녀석은 또 뭔가 싶은 생각. 사실, 대다수의 사내들은 내게 공감해주지 않을까라는 심정으로 변명을 한다만 이야기가 뻔하다는 건 다른 말의 여지가 없다.
록키, 혹은 크리드가 시합에서 지고 다시 도전해서 이기는 이야기, 두려움, 자만, 외로움, 뭐든 간에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인간드라마의 연속이다. 그래도 그 뻔한 것에 덩달아 뜨거워져서 링위에 올라가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알면서도 반갑게 넘어갔달까. 내게 그만한 끈기랄까, 불굴이랄까, 뜨겁고 묵직한 것이 없어서 스무 해가 넘도록 동경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권투영화가 하나 새로 나왔다는 소식에 주책맞게 뜨거워져 비슷한 영화를 하나 다시 찾았다. "블리드 포 디스" 마일즈 텔러가 열연한 영화인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권투선수가 챔피언 벨트를 빼앗기고, 다시 열심히 훈련해서 챔피언이 된다. 여기 까지라면 영화 록키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근데 그렇게 챔피언이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가 나고 목뼈가 부러진다.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사고, 그러나 그는 다시 또 재활훈련을 하고 훈련을 통해 챔피언이 된다.
영화 시나리오치고 너무 과하다 싶다. 목뼈가 다 부러져서 교정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인간이 훈련을 하고 다시 세계챔피언이 되다니 무슨 만화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영화가 현실성이 좀 있어야지. 영화 록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현실성, 그래 현실성. "비니 파시엔자" 라는 복서가 있다. 2체급을 석권한 세계챔피언, 거짓말 같던 이야기는 그의 현실이었다. 그동안 전설 같은 챔피언들이 수없이 있었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전설 같은 선수였다. 오죽하면 선수시절부터 그를 동경하고 지금에 와서는 내 영어 이름을 비니라고 쓸 정도니, 다소 병적이다 싶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내가 몇 번이고 돌려보는 장면이 있다. 목뼈가 부러져서 교정기를 머리에 두르고 기괴한 모습으로 그는 지하실에 선다. 세상 누구도 그가 다시 권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툭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유리목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그는 지하실에 선다. 그리고 벤치프레스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처럼 바벨을 들 수 있을 리 없다. 그러자 그는 다시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나서 바벨에서 무게를 줄이기 시작하더니 봉만을 남긴다. 고작해야 2킬로나 될까, 80킬로를 들던 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는 안간힘을 써가며 그 봉만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해냈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라면, 그러지 못했겠지. 전과 같지 않은 내 처지에 비관해서 다 관뒀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세상 누구 하나 나를 응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걱정하고, 아니라며 막아서는데 힘이 날리 없다.
그러나 그는 결국 다시 또 챔피언이 된다. 지하실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서, 세상 누구 하나 믿어주지 않는 일을 자신만은 믿었던 그였다.
스스로의 자신보다 타인의 확신에 기대어 살아온 나로서는 정말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잃은 것에만 묶여서 한발 나아가는 것마저 쩔쩔매는 내게는 영화 같은 이야기다.
생각해본다. 아직은 이름만 빌려다 쓰는 처지지만, 이제 조금은 나은 녀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실없는 생각, 혹시라도 내게 그만한 자신이 생기거든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설레는 생각, 어느 날 내디딘 한 발로 그 기척에 세상이 나를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통쾌한 생각,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아직도 어설프고 어수룩하고, 온갖 것에 주눅 들어 사는 처지지만, 그래도 부디 머지않은 어느 날 차츰씩 나아지기를 바란다.
혹여라도 무너지고 부서지더라도, 다시 주워 담아 그것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런 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거짓말 같은, 뻔하고 식상한 그 이야기가 내게도 때때로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