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이라길래 귀찮은 몸을 일으켜 찾아갔더니만, 주말이라고 문이 닫혀있었다.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겠다고 배가 좀 고픈 것도 참아가며 갔는데, 문은 열릴 것 같지 않다.
'어디로 가야 하나.' 혹시라도 열리지 않을까 싶어서 문 앞에서 애먼 간판만 툭툭 건드리다 발을 돌렸다.
정말 어디로 가야 하나, 나는 오늘 여기서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는데, 끼니는 또 어디서 해결해야 하나, 이리저리 발걸음이 산만하다.
그러다 결국 허기를 못 참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적당하다고 해도 그냥 눈에 띄길래 들어온 것뿐이고, 기대랄 것도 없었다.
근데 파이를 하나 주문했더니 두 조각을 내어준다. 옆에서 먹고 있길래 시킨 라테도 맛이 썩 괜찮다. 살다 보면 종종 이럴 때가 있다. 바라지도 않은 날, 기대하지도 않던 사람들 덕분으로 즐거워지는 날 말이다. 가끔, 때때로, 종종.
지난 일주일간 수크레라는 도시에서 시간을 좀 보냈다. 볼리비아에서 활동하는 단원들이 몇몇 모여 협력활동을 하기 위해서 다들 수백 킬로씩 걸리는 곳에서 이곳 수크레로 왔다.
"컴퓨터 없이하는 컴퓨터 교육." 집집마다 컴퓨터가 한대 정도는 다 있는 한국하고는 사정이 달라서, 컴퓨터 교육을 주관하는 단원들이 고민하고 고민해서 만든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사실, 나와는 좀 거리가 있는 활동, 좀 더 정확히 하자면 내가 낄자리도 아니었고, 딱히 낄마음도 없었던 자리였다.
게다가 볼리비아에서 한 1년쯤 지나니 이제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들고, 한국음식도 좀 먹고 싶고, 특히 이 나라는 바다가 없는지라 해산물 생각이 간절한지라 집에 가고 싶었다. 협력이니 뭐니 할 기분이 아니었다.
심지어 애초부터 봉사라는 것도 그게 뭔지, 어찌할지, 모르는 나였다. "봉사가 무엇이며, 어찌하고 싶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사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고, 잘할 자신도 없다."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덧붙여 "혹시 거기 가면 찾고 있는 뭔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간다."라는 식의 대답이나 했었다.
일이나 생활이나, 고여서 굳어가는 것이 겁나서 도망치듯 이곳에 왔는데, 그런 반푼이가 봉사를 입에 담는 것도 민망해서 말이지. 그래도 이곳에 오면 좀 달라질 줄 알았건만 지난 1년 내게 남은 건 한 뼘도 자라지 않은 생각과 날 선 태도들, 여전히 가난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집에 가고 싶었다. 좋은 이야기도 쓰지 못하고, 괜찮은 사람도 되지 못하는 게 비참해서 또 도망쳤으면 했다. 이제 아무래도 좋겠다는 생각.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산만한 발걸음이었다.
그러던 중의 협력활동이었다. 어쩌다 끼게 되어 사실 별 준비도 없었고 기대도 없었다. 그저 다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들어붙은 것이 다였다. 그조차도 가는 길이 멀어 그냥 관둘까 싶었으니, 참 의욕 없는 시작이었다.
근데 살면서 만난다는 바라지 않던, 생각지 않던 그런 일들은 정말 가끔씩, 때때로, 종종 있어서 지난 한주가 그랬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 누구는 목이 쉬도록, 또 누구는 온 곳으로 뛰어다니며 애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주겠다고 정신이 없고, 또 누구는 병이 난 중에 병을 더해가며 수업을 하고, 또 누구는 뭐라도 하나 더 가르쳐주겠다는 마음이 간절한 나머지 울상을 지어가며 수업을 한다. 그 마음을 아는 건지 수업을 듣는 아이들도 눈빛이며 표정이 간절하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아니, 풍경을 보고 있자니 나도 괜히 덩달아 간절해지고 말았다.
어디로 가야 할까,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적당한 마음과 의욕 없이 시작한 협력활동으로 당분간을 좀 더 뭔가를 찾아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기분 좋은 풍경은 누구라도 다시금 살게 한다. 간절한 사람들은 그 손이 언제까지고 따듯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런 것들로 우리는 매일을 이어나갈 수 있을 테고.
조금은 더 있어볼까 한다. 어쩌면 또 어디선가 간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개구이, 전어세꼬시 그런 건 좀 더 참아보련다.
간절함이 서로에게 닿기를, 오해와 독선보다 진심이 서로에게 가닿아 나와 당신과 우리의 손이 언제까지고 따듯하기를, 나 역시 간절히 바란다.
추신, 지연샘, 은수샘, 수용샘, 수현샘, 슬기샘, 인우샘, 세정샘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간절할 줄 아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좋더라구요. 자주는 못봐도 가끔 만나면 반갑기를, 자주는 못봐도 건강히 오래 볼수 있기를, 편안한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