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고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되고 말고.
야생
내가 일하는 곳은 꽤나 한적한 곳에 있어서, 버려진 개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내게 장난 반, 빈정 반으로 "한국인은 개를 먹는다며?' 물으며 자신들은 애견가임을 자부하는 볼리비아 사람들이지만, 개가 조금만 크면 귀엽지 않다고 버리는 사람들도 꽤 되어서 말이지.
그렇게 버려진 개들은 점차 사람이 없는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어느새 반야생이 되어서 무리 지어 사람을 공격하는 일까지 종종 있다. 나만 해도 허연 이를 드러내고 달려드는 개를 후려 찬 게 벌써 네 번째, 하나같이 덩치도 큰 놈들이라 그때마다 섬찟했었다.
내가 일하는 곳이 그런 동네에 있다 보니 아침 출근길 풍경은 정말 개판이라는 말 외에 적당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그 와중에 오토바이라도 하나 지나가면 온 동네 개들이 그 뒤를 맹렬히 짖으며 따라달리는데, 보고 있으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
일하는 학교 안으로 들어서도 개가 꽤 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이 녀석들은 학교 밖에 있는 녀석들처럼 혈기 왕성하지는 않아서, 되려 주눅이 좀 들어 있는 편이라 무리 지어 사람을 공격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다. 먹을 것을 찾아 학교 안까지 기어들어온 지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다행.
나는 개인적으로 개를 싫어하지는 않아서, 학교에서 돌아다니는 개가 보이면 항상 불러본다. 그러면 개들은 그래도 좀 봤다고 와서 가만히 있는데, 나는 녀석들을 몇 번 쓰다듬어주거나 얼굴을 막 부벼대며 장난을 건다. 그리고는 뭐라도 있으면 먹으라고 던져주는데, 이제는 그게 녀석들과 나 사이에 인사 같은 게 되었다.
근데 언제부터인지 못 보던 검둥개 하나가 학교 안을 돌아다녔다. 아마 또 학교 밖에서 흘러들어온 녀석이겠지. 그래서 인사나 하자고 불러봤는데, 눈을 보니 잔뜩 겁먹고 움츠린 기색이었다. 당연히 내게 오지도 않고, 다가가면 후다닥 도망치기 바빴다.
그랬는데, 어제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녀석이 먼저 내게 와서 뭐라도 주지 않을까 하는 눈으로 내 옆을 기웃거렸다. 손을 슬쩍 뻗어 쓰다듬어보니 가만히 있는다. 한 달 넘게 학교 안에서 살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다 보니 길들여진 거다.
먹던 빵을 뜯어서 던져주니 허겁지겁 받아먹는다. 이제는 도망도 치지 않고 말이지.
하긴 사람 손에서 버려져서 길바닥을 전전하면 녀석들은 녀석대로 먹을 것이 없어서 사나워지고, 사람들은 돌을 던진다. 사납게 구는 것도 주눅이 드는 것도, 그렇게네 싶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떤 녀석은 이렇게 다시 길들여졌고, 더는 도망치지 않았다.
녀석은 계속 내 주변을 맴돌았고, 나는 조금 생각했다. 길들여지는 것에 대해서, 더 이상 사나워지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는 것에 대해서 생각이 해에 걸리기까지 생각했었다.
왜 누굴 좋아한다는 건, 그 누군가에게 길들여지는 거라 했었지.
그러다가 다시 그 마음이 내팽개쳐져 버리면 사납고, 도망치기 바쁜 꼴이 되잖아.
그리고 다시 우여곡절에 길들여지면, 다시 또 도망칠 생각은커녕 하루 온종일 곁을 맴돌지.
관계라는 건 정말 길들여지는 거였나 보다. 정말 그게 맞나 보다 같은 생각을 좀 했다.
사납다 싶은 허튼소리를 하지 않게 될 때,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게 되었을 때, 아마 그때일거야. 내가 당신에게 길들여진 순간 말이야.
추신, 적당히 길들여져서 주위를 맴돌고 있으면 한 번이라도 쓰다듬어주게 되고, 뭐라도 먹으라고 던져주게 되잖아. 그치, 그렇게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