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이 스치기까지 당신을 끌어안아보렵니다.
옷깃
오늘 알고 지내던 선생님 한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그거 아세요? 우리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 옷깃이 목둘레의 깃을 이야기하는 거."
그리고 이어 이야기하시기를, 그 목둘레의 옷깃이 스치려면 적어도 한 번은 서로 안아보아야 스칠 수 있다고 하셨다.
"아! 맞네. 그렇네." 나는 호들갑을 떨며 혼자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옷깃이라 하고 그것을 그저 소매자락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놀랄 수밖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 속 인연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한 번쯤은 서로의 목이 닿을 만큼, 가슴이 맞닿고, 마음이 서로에게 가닿기까지 끌어안아주어야만 옷깃은 스칠 수 있었다. 그래야 인연일 수 있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혹은 매 순간마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인연이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알고 지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인연이라 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누구에게 인연이었던가. 그 누구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응원이 되어주며, 때때로 곁을 지켜주는 사람. 간절한 마음으로 끌어안으며 서로의 호흡을 함께 헤아리는 그런 사람. 나는 그 누구에게 그런 사람이었나.
세상은 언제나 바쁘고, 그 탓에 지치고, 그래서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너무나 쉽게도 포기했다. 나를 참아주었던 당신도, 당신을 견디어내던 나도 서로가 인연임을 몰랐구나.
하나님, 혹은 저 위의 누군가께서 그리 하셨을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나도록, 어떤 날에는 마주치도록 하시고는 가만히 두어 지켜보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는 어찌할지, 어찌 될지는 그들에게 맡기셨는지도.
그리고 부디 그들 서로가 끌어안기를, 사랑하기를, 참아주기를, 그리고 또다시 끌어안기를 바라셨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들이 서로에게 인연이 되어가기를 기다리셨는지도 모른다.
그래, 나로서는 정말 모를 일이라 혼자 이렇게 생각만 해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아니라 "옷깃까지 스쳐야 인연."이었고 그것은 결코 가볍지도 쉬운 일도 아니라는 것.
어쩌면 지금 이 글을 기꺼이 읽어주는 당신 또한 나의 인연일지도.
아니, 부디 인연이기를, 하여 언젠가 내가 당신과 꼬옥 끌어안은 채 서로를 지켜줄 수 있기를 소원해본다.
아직도 인연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내 인연이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오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라, 그저 당신이기를 내 인연이기를 바랄 뿐이다.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 중 즐겨 읽는 구절 하나를 남은 여백에 가만히 두어본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이러하니, 나는 당신을 있는 힘껏 온 맘으로 끌어안는 수밖에. 그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