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by 서량 김종빈

"그럼, 제일 먼저는 수영이냐?" 다들 적당히 취기가 오르자, 종헌이가 말을 꺼냈다. 금세 또 자리가 조용해졌다. "아마, 그렇지?" 나는 민망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짧게 대답하고 말았다.

"결혼한 건 알지?", "아마 아이도 있지 않겠나?", "정말 찾아갈 수 있겠냐?", "잠깐이라도 만나주기는 할까?", "아, 이걸 어쩌냐, 진짜 난감하네." 친구들이 한 마디씩 보탰다. 맞다, 참 난감하게 되었다.

26살, 아니 그전부터 좋아했던 친구였다. 마음만 앞세워 어설프게 고백했다가 단번에 차이고 하루 동안 연락도 안 되는 나 때문에 애들이 고생 좀 했었다. 그리고도 3년이나 그녀 곁을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안부도 궁금하고 그냥 목소리도 듣고 싶어 무작정 전화를 했었다. 별 다른 이야기 없고 딱히 내용도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다 내가 그랬었지. "야, 주변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 지금 생각해도 질 나쁜 농담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런 식으로 밖에 방법이 없었다.

아직도 마음이 있는데, 그녀에게 "나 이제 너 안 좋아한다. 너한테 관심도 없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오해하지 마라." 같은 말을 할 여력은 없었다. 그러니 적당히 농담처럼 장난처럼 말하면 그녀가 잘 알아들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애초에 그 밤에 전화해서 안부전화를 한다는 것부터가 우스운 일이지만, 그래도 그녀가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했다.

통화 내내 적당한 침묵과 간혹 들리는 웃음소리,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또다시 잠깐의 침묵, 그렇게 10여분 남짓의 통화는 길기만 했다. 통화가 끝났지만, 밤은 그저 깊어만 갈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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