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by 서량 김종빈

"빰빠바 빰빠바 빰빠바밤, 빰빠바 빰빠바 빰빠바밤~" 벌써 새벽 6시인가 했다. 알람이 울리길래 핸드폰을 들었다. 근데 알람이 아니라 전화다. 핸드폰 액정에 "수영이"라는 이름이 떴다. 새벽 2시, 그녀의 전화였다. "어! 수영아, 음! 어, 무슨 일 있어?" 가라앉은 목소리가 갈라져서 갈래갈래 튀어나왔다.

"통화, 괜찮아?" 괜찮을 리가 있나, 새벽 2시에 전화해놓고, 내가 괜찮을 리가 없다. 당시 나는 군인인지라, 24시간 전화는 대기 중이었다. 그럼에도 새벽에 전화가 오는 일은 정말 큰일이 아니고서는 드물었다. 근데 새벽 2시라니, 괜찮을 리가 있나.

"어, 이야기해, 괜찮아. 이제 슬슬 자려고 했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 바보라도 알 수 있는 거짓말이었다.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물었다. "너, 나 아직도 좋아해?"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새벽 2시에 전화해서 묻는다는 게 아직도 좋아하냐고? 지금 장난해? 애는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야? 애 진짜 안 되겠네' 나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래서 목소리를 조금 가다듬고 말했다. "어." 그리고는 전화 너머의 그녀를 살폈다. "어, 아직도 좋아한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좋아할 거고, 안 그러면 내가 왜 네곁을 그동안 맴돌았겠냐. 불편하다면 미안해, 근데 이게 마음이 쉽게 접었다 폈다가 안되더라."

전화 너머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거짓말이라도 했어야 하나? 내가 또 뭘 잘 못한 건가?' 나는 그제야 잠이 깼다. "나, 정말 그 마음 하나만 보고, 그거 확인하고 싶어서, 근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한 거야." 그녀는 계속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횡설수설,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는데, 잘 모르겠는 이야기들이었다.

"수영아, 수영아, 나 내일 서울 올라갈게, 그러니까 만나자. 그리고 우리 사귀자. 수영아, 우리 다 괜찮으니까 울지 말고. 있잖아, 나는 네가 제일 좋아, 3년 전도 그랬고, 이제껏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알았지?"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금 더 마저 하고 나는 다시 잠을 이어 잤다.

새벽 2시 반, 우리가 사귀기로 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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