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by 서량 김종빈

어제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하, 설마 그걸로 나은 건가? 죽을병이 정말 그걸로 나은 건가? 겨우 그걸로? 아니, 겨우는 아니지만 정말 나은 건가?' 세면대 앞에 서서 눈을 치켜뜨기도 하고 뺨을 문대어 보기도 했다. 그래 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전부 장난 같고 거짓말 같아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가는 날. 나는 좀 긴장하고 있었다. 내심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다 나았습니다." 같은 극적인 이야기를 바라며 진료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진료라기보다 내 지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다였다.

나는 또다시 그 타임머신 같은 통 속으로 들어갔다. MRI를 찍고 다시 진료실로 갔다. "선생님, 어떤... 가요?" 그는 표정이 미묘했고 나는 조심스러웠다.

"음, 일단은 환자분 상황은 나아졌습니다. 근데, 뭐랄까, 이런 경우는 정말 못 들어봤는데, 이게 좀 말이 안 되는데, 이것 참." 그는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골랐다.

"선생님, 그냥 말씀해주세요.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내가 기대했던 대답과 달라서, 분명히 다 나았다는 이야기를 바랐는데, 이건 좀 이상했다.

"환자분, 그러면 그냥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전에 점점 반응이 느려지던 신경계나, 뇌의 일부는 정상적인 모습을 찾았습니다. 아니, 이전보다 나은 정도입니다. 이렇게 회복이 될 수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아니 정확히 해야겠죠. 어디가 다치거나 망가진 게 아니니 회복은 아니지요. 어쨌거나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말을 멈추고 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 이게 다른 부분에서 전과 같은 반응이 보입니다. 물론 전보다는 활성화되어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마치 통째로 옮겨간 것처럼 말이죠."

문득 어떤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다. 그 순간 그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이런 이야기는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는데 혹시 마음에 다른 분이 계신 건 아닌지?" 나는 단번에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미친놈, 이 답 없는 새끼, 나란 놈은 대체 뭐냐, 이게 진짜.' 정말 그런 거라면, 나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선생님, 저 일단 집에 가서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희귀병, 그 와중에 희귀 증상, 그리고 그중에서도 이상한 내 상태, 그는 이런 건 처음이라고 만약 추론하는 것이 맞다면 세계 최초라고 했다. 앞에 있는 내가 환자라는 걸 염두에 두었는지, 내색은 안 했지만 분명 들떠있었다.

"여러분, 어제는 제가 수영이를 만났지요. 그리고 오늘은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여러분에게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들을 분만 오세요. 오늘 술값은 니들이 낸다." 나는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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