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말이 없다. 며칠간은 내 이야기를 다 듣고도 아무 말들이 없다. 테이블이 조용하다. 말을 아끼는 건지, 아니면 아낄 말조차 없는 건지 모두들 잔만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어..., " 드디어 한욱이가 입을 열었다. "어, 종빈아, 사실 내가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테이블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종빈아, 나는 사실 이렇게 될 것 같았어." 다른 녀석들 눈이 또렷해졌다. '야, 저 새끼 취했냐?', '야, 저거 말려.' 다른 친구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니가 이렇게 될 것 같더라. 니가 "내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 그 지랄을 할 때부터 이럴 것 같았다." 한욱이가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킄... 킄킄킄킄킄, 이 미친 새끼, 끅끅끅, 아 참신한 또라이새끼, 킄킄킄킄" 한꺼번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나도 웃음이 터졌다. "아~ 쪽팔리게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데. 야, 이 새끼집 번호 뭐지? 제수씨에게 이거 데려가시라고 해야겠다. 킄킄킄킄."
"아니야, 종빈아, 너 그 말 할 때 좋나 멋있었다니까. 와 씨발, 나는 무슨 첨밀밀인 줄 알았다.", "븅신아, 첨밀밀은 무슨, 중경삼림이야.", "아, 맞냐? 그래 그거."
맞다. 그랬었다. 유통기한은 정말 만년으로 하고 싶었던 사랑도 있었다. 지금이야 놀림거리지만, 그때는 말하는 나도, 듣는 이 녀석들도 진지하고 심각했었다.
"야, 너는 어떻고? 내가 만년으로 하고 싶다니까, 니가 그랬잖아.", "야, 쓰아랑은 그 끝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거야."라고 인상 쓰면서 말했잖아. "와하하하, 맞아, 한욱이 그랬어. 맞아, 맞아."
우리는 한참이나 웃고 서로를 놀리다가, 좀 시간이 지나자 종헌이가 말을 꺼냈다. "그래서 다음은 누구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시은이?" 보통 같으면 이야기를 들으며 웃기만 하던 정주가 말했다. "아~, 그건 아니지."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생각해봐, 그때 종빈이 정신 못 차리던 거, 분명 시은이야. 수영이랑 이야기하고 완전 다른 부위에 발병했지만, 그래도 규모가 작아졌다며, 이번에만 해결하면 사라질지도 모르지." 정주가 평소 같지 않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야." 나는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번호도 아직 가지고 있고 그럴지도 몰라." 다들 그건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무슨 수가 있나. 나는 핸드폰을 열어 당장 문자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