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가 맥주를 한잔 다 비우고서는 내게 물었다. "야, 미련이 아직도 있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미련이라는 게 남을 수가 있는 건지, 어떤 건지도 자신이 없었다.
"정주야,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수영이 때는 정말 분명 미련이고 후회라고 자신했는데,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 근데, 병원에서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은이가 떠오르더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걔가 떠올랐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렇더라."
정주는 내 대답을 듣더니 한 손으로 입가를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이런 말을 했다. "종빈아 너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시은이가 차 있는 직장인에게 가고 나서 한동안 어땠는 줄 알아? 어떻게 하면 돈 많이 버는지, 취업 빨리 하는 방법 없는지 그런 것만 찾아다녔다. 돈 벌고 싶다면서."
기억난다. 기억 못 할 리가 없지. "그 비참함이, 어쩌면 돈이 좀 있었다면 좀 달랐을까, 그런 것들이 미련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주의 빈 잔을 채우며 말했다.
시작도 없었고 끝도 애매모호했던 인연에 미련이란 게 있을까, 어쩌면 나는 그녀에게 대용품 정도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째서 내가 그녀의 마지막 연락에 그렇게나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띵!" 문자가 왔다. "어, 종빈이지?" 그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