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by 서량 김종빈

"어, 어, 어... 어, 어, 응, 그렇지, 어, 어 그러자." 뭔가 홀린 듯 나는 대답만 계속했다. "야, 뭔데 통화를 하면서 어어어어 이러고만 있냐, 시은이가 뭐라는데?" 옆에 있던 친구들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 만날 수 있데. 자기 근무하는 학교 근처로 몇 시까지 올 수 있냐길래, 좋은 카페 안다고 거기서 보자고, 그냥 뭔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던데?" 뭘까, 아니 어째서 일까. 내게 서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화도 나고, 그래서 만나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체 뭘 이렇게 흔쾌히, 그것도 밝은 목소리라니 이상하다. "너, 거기 가면 뺨 맞는다." 한욱이가 실실 웃으며 이야기했다. "종빈이가 뭐 잘 못했다고, 절마가 잘못한 거라면 사랑의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한 거밖에 없어. 킄킄킄킄." 내 친구들이지만 가끔은 왜 내가 이런 놈들과 아직도 친구를 하나 싶다.

"야, 일단 급한 건 너잖냐. 혹시 누가 아냐, 기서 욕이라도 먹고 오면 너도 모르는 시이에 그 미련이라는 게 풀릴지. 애초에 상사병이 뭔지도 모르는 판국이잖냐."정주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내게 권했다.

긴장된다. 군에서 상황이 터질 때도, 회사일로 일이 꼬여서 돈 흐름이 막혔을 때도, 여행 중에 시커먼 강도들이 칼을 들고 덤벼들 때도 이렇게 긴장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도망갈 수만 있다면 진즉에 도망갔을 텐데 말이다.

"야, 다들 건배하자. 종빈이가 좀 더 오래 살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 중에 제일 오래 살기를, 그리고 내일 시은이에게 싸대기를 맞는 일이 없기를, 아니다 혹시 맞아서 풀리는 미련이면 맞기를, 위하여!" 아무래도 이 놈들의 모임은 점점 정례화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옘병, 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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