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by 서량 김종빈

새벽부터 일어나서 반쯤 실려가듯 차에 탔다. 세렝게티가 우리나라 웬만한 “도” 하나만 한 땅덩어리라 근처 동물원 가듯 갈 곳은 아니었던 거다. 모시라는 도시에서도 또 차를 타고 4시간이 넘도록 들어가야 세렝게티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또 근처까지 가서, 함께 3박 4일을 같이 여행할 팀을 만났다.

“프랑스인 한 명, 캐나다인 한 명, 한국인 젊은 신혼부부 1쌍, 그리고 나”, 정말 예정에 없이 와서 예정에 없이 투어사를 찾다 보니 적당한 동행자를 구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평소 여행 중에서라면 달갑지 않은 한국인이건만 꽤 반가웠다.

“안녕하세요?” 나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그들은 현재 세계여행 중이라고 했다. 이미 남미를 돌고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왔다고, 이제 탄자니아를 마지막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 “벌써 6개월째예요, 전셋값 빼서 여행을 시작했어요. 결혼식 하고 어른들께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바로 다음날 새벽에 온 거라서 이제는 좀 돌아가고 싶어요.” 두 사람은 자신들의 대책 없음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끝없는 초원이 나왔고, 얼룩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점차 풍경은 얼룩말들이 초원을 가득 메우고, 기린과 코끼리들로 채워졌다. 물소 떼가 울고 사자는 나무 그늘 아래 덜렁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참, 뭣하러 여기까지 왔을까.”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저희요?” 두 사람이 웃으면서 내게 물었다. “아, 아니요. 근처 도시에 아는 분이 와서 살고 있는데, 그 친구 이야기한 거예요. 하하하.”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근데 정말, 두 분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나는 급히 화제를 그들에게 돌렸다. 부부는 서로를 보더니 또 막 웃기 시작했다.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게, 제 소원 같은 거라서요.” 그러나 그녀에게 핀잔을 주듯 남편이 말했다. “무슨 소원이야, 아내가 청혼 승낙 조건이 "나와 세계여행을 함께 해줄 것."이었어요." 저희 결혼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조건부 결혼인 거죠.” 그도 그녀도 참으로 유쾌했다.

좀 부러웠다. 결혼하고 싶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 같은 소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살고 싶었다. 이제는 시들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또 아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그들을 따라 그냥 웃고 말았다.

4년 전쯤, 은형씨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이것저것 열심히 써보고 있다고, 아직은 이렇다 할 만한 게 없지만, 그래도 계속 쓰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은형씨에게 서재가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하면 아내와 아이들하고 좀 작더라고 서재에 적당히들 앉아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며 지낼 거라고 했다.

그녀는 그런 내게 멋지다고 했고, 나는 그녀에게 책을 내면, 서재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꼭 꽂아놓겠다고 약속했었다. 세렝게티 여행이 끝나고 그녀를 다시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다. 아직도 글을 쓰고 있는지, 어떤지 말이다.

창밖을 보니 점점 해가 지평선 뒤로 사라지고 있었다. 초원에는 얼룩말들이 여전히 가득했다.

매거진의 이전글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