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모임기 3.

상자

by 서량 김종빈

'아마 여행으로 피곤해서 몸살이 날 수 있어. 그러니까 몸살약 몇 개. 고산증 때문에 눈이 아플 수도 있어. 그러니 안약도 몇 개. 두꺼운 점퍼도 몇 벌 챙기는 게 좋겠지. 와인도 몇 병 있으면 좋으려나. 밤에 우유니는 추울 테니까 보온 담요도 챙기자. 아, 도미니카에 책이랑 옷을 좀 전해달라고 해야지. 그리고 막걸리도 좀 챙겨야겠다. 선크림은 그냥 큰 거 하나면 되겠지.'

혼잣말을 해대며 이것저것 짐을 챙겼더니,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 '저거 들 수는 있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들어본다. 다행이다. 이 정도면 그래도 우유니까지 어찌어찌 들고 가겠다.

애초에 짐을 적게 들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들고 다니는 성격도 아니다. 짐을 챙길 때 기준은 하나였다. "생존", 누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여행 가는 거지, 어디 생존 훈련하러 가냐며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

근데, 어쩌겠나. 타고난 성격이 겁만 잔뜩 많아서 하나 다음에는 두 개가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걸. 여행을 하면서도 배낭에 초코바가 서너 개는 있어야 마음 놓고 여행지를 휘젓고 다니지.

그런데 이번에는 기준이 조금 다르다. 아니 과하다. 안약, 몸살약이야 그렇다 치자. 점퍼, 점퍼, 음 그것도 그렇다 치자. 보온 담요, 좋아, 그것도 필요하지. 그럼 와인은, 이건 따리하 특산품이니까. 그렇다고 6병이나? 사람이 많으니까. 막걸리는? 와인 가져가는 김에.

여전히 생존을 기준으로 삼기는 했는데 역시 다르다. 아니, 과하다. 대체 뭐지?

이전에 내 짐은 언제난 혼자 가는 여행의 짐이었다. 그러니 기준은 안전, 생존, 유사시의 전투, 그런 것들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내 여행은 정말 생존 체험인가 싶지만, 그건 아니고. 내 여행도 나름의 낭만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다만 여행을 앞둔 시점에서는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이 좀 어려웠다. 혼자 가는 여행은 직접 맞닥뜨려야 비로소 무엇이 즐거운지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근데 이번에는 먼 곳에서들 손님이 여럿 온다 하니, 이런저런 즐거움 거리가 자연히 떠올랐다. '사진을 찍자. 인터넷 방송으로 근황 토크를 하자. 아, 그걸 또 녹음해서 라디오로 만들까, 밤에 사진을 찍어서 그건 나중에 우리들 책 만들 때 표지로 써야지.' 이런 것들.

여행은 아직도 혼자 하는 것이 좋다. 그 편이 생각할 거리도 많고, 온전히 감상을 누리기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함께하는 여행도 좋구나 싶었다. 여행에서 오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여행 전의 즐거움도 꽤 좋아서 말이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길었지만, 결국은 소풍 가기 전 날 밤, 설레던 꼬마 아이의 마음으로 저 짐을 꾸렸다는 소리다.

부디 다들 건강한 웃음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조만간 그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며 깊은 밤에 잠겨볼 수 있기를 소원해본다.

그럼, 오늘도 안전여행

<우유니에서 모이기까지 D-5.>

사진, 이것저것 다 때려 넣어 만든 우유니행 화물.

매거진의 이전글우유니 모임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