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모임기 4.

변덕

by 서량 김종빈

어제는 저녁부터 비가 내렸다. 내가 살고 있는 따리하는 낮에 비가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밤새 내리고 새벽이면 그쳐서 아침에 땅이 젖어있는 정도를 보고 간밤 비가 온 정도를 미루어 짐작했다.

그래서 어제도 잠자리에 들기까지 비가 오길래, 그러려니 했다. 적당한 빗소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잠들기까지 내려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다 5시쯤인가, 잠에서 잠깐 깼는데 창밖이 뭔가 이상해서 슬쩍 창을 열었다. 창 틈 사이로 눈 알갱이가 떨어졌다. "눈이다." 잠 기운이 달아났다.

1년도 넘게 보지 못했는데 오랜만이다. 눈이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창문을 반쯤 열었다. 검은 밤이 어스름한 빛을 머금기까지 내내 눈 구경을 했다. '얼마나 오려나, 오늘 하루로 끝나려나, 그래도 명색이 겨울인데 며칠은 더 와주지 않으려나.' 그냥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좀 했다.

어제 페루에서 우유니로 온다는 손님들 중 얼마는 비행기로, 얼마는 버스로 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좀 걱정이었다. 볼리비아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라가 좀 시끄러워져서 국경을 폐쇄하니 마니하더라. 그래서 이거 괜찮을까 염려스러웠다.

버스로 페루에서 넘어오다가 국경에서 막아서면 여행은 둘째 치고, 걱정이 돼서 말이야.

그런데 어제 낮에 국경 폐쇄계획을 취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아, 그래도 우유니 모임이 소소히 맑겠구나.'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온다.

볼리비아에서 날이 좋기로 손꼽는 동네가 이곳인데, 우유니는 어떠려나. 이곳에 눈이 올 정도면 거기는 아마 정말 겨울 날씨이려나.

아무래도 재미있어질 것 같다. 그냥 무턱대고 그런 예감이 들었다. 이야기가 많은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

'날이 항상 좋은 여행보다는 적당히 이런 편이 좋아서, 왠지 살아있다는 게 마구마구 실감 나기도 하고, 적당한 변덕이라면 휘말리는 편이 즐겁지 않을까.'라는 철없는 생각마저 몽실거린다.

좀 춥겠지만, 아니 많이 춥겠지만, 추운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겨울의 우유니가 점점 궁금해진다. 그 속에서 나는 또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는지, 또한 궁금하고.

눈이 온다. 모두가 우유니로 오는 길, 사고는 없기를 바란다.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변덕과 사소한 이야깃거리 정도로 여행이 채워지기를 바란다.

그럼, 오늘도 안전여행.

<우유니에서 모이기까지 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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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 멍 때리고 본 창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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