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모임기 5.

정주

by 서량 김종빈

고작해야 10일 정도의 여행이지만, 그래도 여행이라고 마음이 분주해졌다. 짐은 좀 더 뒤에 챙긴다고 해도,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몇 가지 매듭지어야 했다. 분주하게 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페루에서 연락이 왔다. 화산 폭발에 시위에 뭐가 막 많아서 도로가 폐쇄되었다고 했다.

문자를 보자마자 웃음이 났다. "역시 이런 게 있을 줄 알았어." 좋은 소식은 아닌데 조금은 기대했었다. 그래, 예상이 아니라 기대했었다. 본래 여행과 삶은 닮아서, 마냥 순탄할 리 없다.

볼리비아는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고, 페루는 화산 폭발과 시위로 도로가 폐쇄되었다. 게다가 내 경우에는 그간 잘 들고 다니던 거주증까지 잃어버렸네. 하필이면 여행을 앞두고서 말이야. 나는 만일 여행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꽤나 호기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상에서 벗어난 낯선 것들 속에서, 생각지 못한 일들을 마주하는 당신이 궁금한 거다. 대체 어떤 것들을 보여줄지, 한 편의 영화라도 보듯이 팝콘과 콜라를 옆에 잔뜩 놓고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겠지.

장르도 꽤나 다양해서, 내 경우만 해도 로맨틱 코미디부터 액션까지 가지가지였으니,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 다행히 지금껏 블록버스터급은 없어서 감사하다면 감사할 일이다.

뭐, 사건 사고라는 것들이 아프거나 다치지 않는 선에서라면, 불행이라기보다 물음 정도가 아닐까. "어때? 어떻게 할 거니? 무엇을 생각하니?" 이런 것들.

페루에서의 손님들은 잠깐 벙쪄있다가, 금세 답을 찾았다. 기록적인 한파도 어떻게든 되겠지 싶다.

그렇게 페루에서 손님들이 어쩌오나 고민하는 사이, 파라과이에서 첫 손님이 볼리비아로 왔다. 손님을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즐거운 소식이 없다.

여행이란 이렇다니까. 걱정근심거리와 즐거운 소식이 마구 뒤섞여 찾아오고, 그 와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마주하는 것뿐이지. 이게 무슨 일인지, 어떻게 할지,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마음껏 기뻐해도 된다면 사양 없이 한껏 들뜨는 거지.

여행이란 이렇다니까. 그래, 삶이란 정말 이렇다니까.

파라과이에서 온 첫 손님, 손유진 선생님의 여행이 아프지 않기를, 다치지 않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대로 마주하고 한껏 즐겁기 바란다.

그럼, 오늘도 안전여행.

<우유니에서 모이기까지 D-3.>

사진, 유진샘이 볼리비아 와서 폭풍쇼핑 중에 구매한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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