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모임기 6.

유영

by 서량 김종빈

어제저녁에 유진선생님에게 전화를 했었다.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냥 잔소리. '밤에 혼자 다니지 마라, 사람 없는 길은 피해서 다녀라.' 같은 시답지 않은 이야기였다. 험한 것들을 많이 보고 자란 탓인지, 걱정만 많아서 이 나이가 되어서는 입만 열면 잔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 저쪽에서는 내 잔소리에는 아랑곳 않는다. 들뜬 목소리로 불쑥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 정말 이제 만나네요.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 만나면 다 한 번씩 안아주고 싶어요" 정말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정말 조금 있으면 보는구나.' 통화를 끝내고 달력을 보니 이제 정말 실감이 된다.

"우유니에서 모임 한번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농담이었다.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반가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한 농담이었다. 근데 그게 이제 진담이 되었다.

나를 오래부터 알던 친구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서는 의아해했다. "네가? 왜? 정말? 네가?" 보통은 이런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동기니 동문이니 그런 것과는 그다지 인연을 맺지 않았다. 싫다 좋다의 이야기보다는 그런 진부한 것으로 묶이는 인연은 좀 거북했다. 왜 회식자리에서 건배할 때 쓰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지 않나?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남이다. 동기, 동문, 그런 것들로 모두를 묶기에 인연은 그 색이 다채롭다.

그런데 내가 요즘 그러고 있다. 121기를 브래드로 론칭할 기세다.

실은 말이다. 국내에서 교육받는 중에도 121기니, 코이카니 해도 관심 없었다. 심지어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했다. 소모임 같은 활동도 일체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저 방 안에서 룸메이트와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각자 할 일하는 정도가 딱 좋았다.

오죽하면, 내게는 중간에 방이 바뀌면서 룸메이트가 두 명 있었는데 둘 다 내게 똑같은 말을 했다. "샘, 의외시네요. 방 안에서만 이렇게 계시고." 그래도 어쩌겠나, 나는 방에서 혼자 노는 게 제일 즐거운데.

근데, 그랬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이 난리를 치고 있다. 뭐, 변명은 않겠다.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니까.

나는 예나 지금이나 흥미위주로 많이 움직이는데, 인간관계가 또 그렇다. 흥미를 끄는 사람에게는 내가 먼저 가서 들어붙는가 하면, 그렇지 않으면 데면데면하기 일쑤다.

근데 121기라는 건, 적당히 만나기에는 매력이 너무 많았다. 어릴 때 명절이나 연말쯤이면 아부지가 사들고 들어오던 어린이 종합 선물세트 정도의 흥분감.

오늘은 두 번째 손님이 오셨다. 볼리비아 라파스에 내리자마자, 유심칩이 작동하니 안 하니, 사기당했니 하며 화를 낸다. 막 웃으면서 화를 낸다. 신하은 선생님은 그렇게 세상 밝은 웃음으로 화를 냈다.

누구는 감격한 목소리로 안아주고 싶다 하지, 또 누구는 세상 즐거운 목소리로 화를 내지, 역시 121기다. 종합 선물세트 같은 이곳을 어떻게 외면할까.

나는 땅에서 발이 1센티정도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좋다. 그대로 지구를 유영하는 사람들이 좋다. 그러니 121기도 좋을 수밖에.

하은선생님의 볼리비아 여행이 하은선생님만큼이나 유쾌하기를, 여행은 여행자를 닮고 여행자는 다시 또 여행을 닮아서 부디 하은선생님이 화가 나도 유쾌하게 화나기를 바랍니다. 응?


그럼, 오늘도 안전여행.


<우유니에서 모이기까지 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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