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모임기 7.

호들갑

by 서량 김종빈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구석에 처박혀 있던 배낭을 꺼냈다. 툭툭 먼지를 털고, 거꾸로 들어 탈탈 털어보니 초콜릿 몇 알, 바셀린 연고 이런 것들이 튀어나왔다.

초콜릿 하나를 까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생각했다. '내일이면 보는구나, 이제 어떻게 움직여볼까, 버스를 타야 하나, 아니면 뜨루피를 탈까.'

해 없는 간밤 많이 추웠는지, 바닥에 놓아둔 막걸리가 시려 보인다. '어라, 저 짐이 원래 저렇게 컸었나?' 막상 짐을 들고 가려니 그사이 더 커진 것 같다. 어쩌면 더 커졌을지도, 밤새 이런저런 마음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을지도.

배낭에 적당이 뭉쳐서 옷들을 밀어 넣고, 인편으로 에콰도르와 도미니카공화국에 보낼 짐을 몇 개 넣고,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하며 구겨 넣으니 배낭이 점점 커진다. 이걸 보니 짐이 밤새 자라 커진 것이 맞다. 짐도 배낭도 무러무럭 자라는구나.

짐을 챙기다가 갑자기 안부가 궁금했는데, 아침부터 하은선생님의 문자가 왔다. 핸드폰 불통 문제가 해결되었단다. 오늘은 웃으면서 화내는 일 없이 웃음만 있다.

그리고 조금 뒤에 재윤, 성훈선생님이 볼리비아에 들어왔다는 문자를 보냈다. 견우도 직녀도 은하수 대신 카리브해를 건넜다. 나는 이렇게나 스케일 큰 데이트가 얼마나 되려나 싶어서 짐을 싸다 말고 혼자 킼킼거렸다.

'아, 빨리 배낭을 꾸려야지. 이러나 내일 우유니 못 갈라.' 나는 느릿한 손을 재촉했다. 그리고는 이미 커질대로 커진 배낭과 손에 든 드론을 번갈아 보며 배낭에 넣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사진이 도착했다.

페루다. 또 페루야! 아니, 이번에는 드디어 페루. 페루에서 미리 손님들을 맞이하던 지은 선생님과 어제까지 일한다고 바빴던 혜현 선생님이 볼리비아로 넘어왔다는 문자였다. 살떼냐 사진과 함께 해맑기도 하지. 그렇게 살떼냐를 좋아하는 줄 몰랐네.

이제 얼추 모였다. 내일 새벽에 광호선생님만 넘어오면, 정말 다 볼리비아로 들어오는구나.

비엔베니도, 정말 비엔베니도다.


페루에서 그간 일찌감치 손님을 맞아준 지은, 혜현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부족하나마, 며칠간 잘 모셔볼게요. 두 사람의 여행이 한없이 새롭기를, 감격스러운 여행으로 두 사람의 밝디 밝은 호들갑이 끊임없기를 바랄게요.

그럼, 오늘도 안전여행.
그리고 다들 내일 만나요.

<우유니에서 모이기까지 D-1.>

사진, 볼리비아에 들어와서 살떼냐를 앞에 두고 세상 해맑은 표정 지어주는 혜현, 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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