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모임기 8.

추위

by 서량 김종빈

현재 위치, 우유니에서 200킬로 정도 떨어진 포토시.
현재 기온, 0도.
현재 시각, 0433시.
현재 상태, 몹시 곤란하여 어쩌나 고민 중임.

우유니로 가는 차편이 6시부터 있다고 했다. 24시간 편의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선술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버스터미널 철문은 굳게 잠겨있다. '아, 춥다.' 딱 그 생각만 든다.

오랜만이다. ATM기 안에 들어와서 추위를 피하는 게 16년 만이네. 동대문에 새벽 장사하고 첫차는 안 오고 갈 때는 없고 해서 ATM기 안에서 추위를 피했는데, 다시 또 이러고 있어.

그렇게 추위를 피하고 있는데 볼리비아 친구가 하나 이리로 온다. 대뜸 어디 사람이냐 묻는다. 한국사람이고 우유니를 가야 하는데 차가 없네 라고 말하니 내게 10볼을 건넨다.

아, 내가 그렇게 행색이 초라해 보였나. 웃음이 터졌다. 볼리비아 친구는 상관 않고 자기 말만 계속한다. "볼리비아 진짜 추워, 그러니까 이 돈 받아." 말할 때마다 술냄새가 좀 나는 걸 보니 이 친구 꽤나 유쾌한 상태다.

결국 돈은 받지 않았지만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악수에 주먹까지 가볍게 부딪히잔다. 볼리비아에 온 걸 환영한단다.

이 친구를 보내고 나서 ATM기 유리문에 비친 나를 살펴봤다. '그렇게까지 행색이 초라하지는 않은데...'

어쨌거나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버스가 슬슬 터미널 근처에 모이기 시작한다. 해가 뜨면, 추위도 좀 가실 테지.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홈스테이하는 형제가 내게 그랬다. "겨울의 우유니는 엄청 추워, 근데 1년 중에 제일 아름다워." 나는 조만간 제일 아름답다는 우유니로 간다.


<우유니에서 모이기까지 D-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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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포토시 버스터미널 근처 ATM기 안에서 짐 두 덩이는 내팽개치고 내 살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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