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모임기 9.

감사

by 서량 김종빈

'신은 언제나 우리를 서로에게로 인도하기 위해 약간의 외로움을 남겨두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외로움이란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약함, 결핍, 그런 것들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만 같아서 조금 초라하고 비참한 기분마저 드니까. 할 수 있다면, 언제나 혼자서 씩씩하고 싶었다.

근데, 그게 말이다. 어쩌면, 그래 어쩌면. 그리고 가끔은, 정말 가끔은 외로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으로 우리가 서로를 그리워하게 된다면, 하여 조금 더 오랫동안 서로를 기억하게 한다면, 외로움은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일 테다.

지난밤, 오랜만에 만나 나눈 소소한 이야기들 속 예전의 이야기들, 아직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고 있었다. 전부 다 또렷한 기억은 아니어도 까마득히 잊지는 않아서 밤을 더듬어 우리를 찾는 사람들.

사실, 대단한 것도 없는 여행이었다. 그저 몇몇이 모여 관광지를 돌아본 것이 전부였으니까. 그래, 별 특별할 것 없는 여행이었지.

그럼에도 나는 여행 내내 혼자 헛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좋아서, 어이도 좀 없어서, 무엇보다 그 풍경이 실감 나지 않아서, 여행 중에 종종 헛웃음을 흘렸다.

우유니가 아무리 아름답다지만, 그 풍경이 아무리 비현실적이라지만, 내게는 이 여행에 모인 몇몇이 더 비현실적이어서 말이지.

6개국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페루, 파라과이, 그리고 볼리비아. 다들 우유니에서 여행 중일 때, 혼자서 꼼지락거리며 지도를 봤었는데 대충 1만 킬로를 넘어가더라.

이곳까지 온 모두의 이동경로를 이어보니 1만 킬로를 넘어가더라. 비현실적이었던 건 우유니의 풍경이 아니라 우리였겠지.

나는 헛소리를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그런 헛소리가 차츰 이루어져 갈 때를 좋아하고. 그래서 내게는 이번여행이 참 각별한 여행이었다.

지금이야 우유니 여행이 끝나고, 모두들 각자 다시 돌아가는 길에 있지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밀린 우유니 이야기를 뒤늦게 끄적이다가 '정말이지, 가끔은 이런 소소한 외로움, 적당한 그리움이 축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네, 덕분이구나.

사실 시간으로 치면 모여있었던 것이 고작 48시간도 되지 않았다. 근데, 밀린 이야기를 쓰려니 풀어낼 말들이 산더미만큼 많아서 엄두를 못 낼 지경이다.

많은 일들 중에 사소한 단편이라도 정리하려 하면 가진 단어와 문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여 쩔쩔매는 스스로를 보고 있다. 내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늘어놓는 것을 겁내는 사람은 아닌데 이러니 기분마저 묘하다.

그러니 오늘은 그저 고맙다는 이야기만 남기고 싶다. 나의 지나쳐도 될 헛소리를 기꺼이 실현시켜준 모두에게 말이다.

아마 오늘부터 하나 둘 다시 볼리비아를 떠나겠지. 참 날씨마저 묘한 것이 다들 볼리비아에 모이기 전에 한파가 있었는데, 우리가 여행을 하는 동안은 잠잠하다가 내일부터 또다시 한파가 온다고 한다.

아마도, 어쩌면, 아니 분명 모두들 덕분이다. 정말, 고마운 모두들 덕분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는 누구와 가느냐에 달려있다는 말, 정말이었다. 내 말도 안되는 장난에, 그 장단에 맞춰준 것에 몇번이고 고마울 뿐이다.

추신, 121기, 다음에는 한국에서 뵙지요. 그때까지 모두들 더 많이 그립기를, 때때로는 아주 조금 외롭기를,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까마득히 잊는 일이 없기를 소망해봅니다. 다음에는 더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죠? 다음은 다 같이 한국 여행입니다.

사진, 우유니 이야기를 풀어낼 엄두가 나지 않아, 일단은 얄팍하게나마 사진 몇 장으로 이번 이야기를 넘어가 보는 김종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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