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사

by 서량 김종빈

고시원에서 산지도 벌써 3주가 다 되어간다. 아주 작은 방, 마치 사람의 삶을 구겨 넣어야 할 것 만 같은 방, 그런 방들을 무한히도 붙여놓은 것만 같은 공간, 나는 그런 세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사실, 고시원 생활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에도 자처해서 고시원에 들어가 살았다. 돈도 없었고, 넓은 공간이 탐나 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 고시원에서 한 번쯤은 살아봐야겠다는 객기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고시원에서 1년을 살았었다.

그 뒤로 나는 고시원을 떠나 쿠바에 갔었고, 아프리카에 갔었고, 볼리비아에 갔었고, 세상 땅 끝에 갔었다. 그리고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한참을 반대하셨었다. 작은 방이라도 얻어서 살지, 왜 고시원에 들어가냐는 것이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나름의 계산은 있었다. 회사일이 바빠서 하루의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어찌나 바쁜지 우리 회사 대표는 회사에서 먹고 자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런가, 대표는 집이 없다. 대표이사는 집이 없고, 나는 고시원에 살고, 그래도 불편함이 없다니 우습기도 하다. 어쨌든 간에 그렇게 주중에는 사무실에서 내내 보내다가 쉬는 날에는 각자의 본가에 가서 쉬다 보니 나는 고시원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억지를 부려가며 들어온 고시원, 밤이면 얇은 판자벽 하나를 두고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숨을 눌러가며, 죽여가며, 그럼에도 숨을 쉬는 사람들의 소리다.

그래도 불편할 것 없는 삶이었는데, 그랬는데, 요즘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짜증도 좀 났다. 통로에서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어떤 분은 나오려다가도 내가 지나는 걸 보면 황급히 방으로 다시 들어간다. 주방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후다닥 반찬을 챙겨 방으로 들고 들어가 버린다.

그래서 짜증이 났다. 너무 짜증이 난 나머지 나는 요즘 고시원 안에 지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해대고 있다. 대꾸를 하든 말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상냥함을 발휘해서 말이다.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심정으로 인사를 한다. “고개 숙이지 마라. 눈 피하지 마라. 숨 죽이지 마라, 겁먹지 마라, 숨지 마라, 당신의 삶을 그 작은 방에 구겨 넣지 마라.”라는 말을 이 곳의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신 인사를 하기로 했다.

누군가가 나를 보면 위선이라 할지도 모른다. 사치나 오만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상관없다. 내가 생각해도 그리 다른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 위선도 오만도 무언가를 남겼으리라 믿는다.


예전, 나는 지구 반대편까지 가서 내 생활비를 내 손이 닿는 한에서 가장 멀찍이 두었었다. 부디 그것을 누군가가 가져가서 스스로를 구원하는데 쓰기 바라면서, 적디 적은 돈을 두었었다. 그 뒤로 온 세상의 구원자가 될 수 없는 나는 손이 닿는 세상만 구원하기로 했다. 나와 내 손이 닿는 세상만, 그리고 이번 세상은 40개 남짓 방이 다닥다닥 붙은 세상이다.

이번에는 친절한 사람이 돼볼까 한다. 무작정 친절하게 인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번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