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쁘다가도 한숨 돌리는 때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안도하면서 숨을 크게 들이켜
가슴속을 내리 쓰다듬어 본다.
'아, 내 낭만은 그리 허약하지 않구나.'
나는 저 높은 설산 위에라야 낭만인 줄 알았다.
초원이나 정글에라야 낭만인 줄 알았다.
절절히 사랑해야 낭만인 줄 알았다.
무심하고 오만한 그 시절 나는 낭만이
밤하늘 그믐달 끝에만 걸려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나 보다.
콘크리트 건물들로 가득 찬 일상도,
사람들의 온갖 말들이 부딪히는 시간도,
한밤까지 야근하는 사무실에도,
낭만이 있었다.
야근 끝에 집으로 가는 길에도,
취객들의 실랑이 속에도,
사무실에도, 엘리베이터 안에도,
삶을 잔뜩 구겨 넣어야만 하는 고시원 단칸방에도
낭만은 있었다.
나의 낭만은 다행스럽게도 허약하지 않았다.
나는, 낭만이어라. 나는 낭만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