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장마

by 서량 김종빈

연고도 없는 도시,
적당히 내리는 비로 희뿌연 공기,
사람도 지나지 않는 정류장.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을 할머니는
그것이 때때로 정류장을 지나간다고
말씀하셨지요.

마치 마을의 전설 인양 소곤소곤
이야기하시었는데 끝에는 말을 흘리시는 바람에
빗소리에 섞이어 이야기가 수풀 이곳저곳에 떨어졌지요.

아무튼 정류장 나무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는데
세상이 점점 느려지는 거예요.

아마 비라도 내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점점 느려지다가
멈춰버렸을지도 몰라요.

느려질 만큼 느려져서
풍경이 한 장 한 장 세어지기까지 되자,
이런 확신이 들었어요.

우리는 다시 또 만나게 될 거야.

그런 확신이 들자,
저쯤에서 버스가 오더군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가 싶어
시간을 보니 고작해야 30분이나 되었을까.

전설도 확신도 기다림까지도
이렇게나 멋대로일 수 있구나 싶었어요.

덜컥 놓아버리는 것도, 꾹꾹 담아두는 것도
전부 시간에 기댈 것이 아니었는데
제가 좀 게을렀나 봐요. 아니면 겁이 많았거나.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설령 비가 다 지나가고
버스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다시 또 만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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