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촌티

by 서량 김종빈

엔니오 모리꼬네 별세.라는 소식을 들었다.

퇴근길 나는 혼자 콧노래를 불렀다.

시네마 천국의 어느 부분에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끝까지 부르고 있었다.


'오! 나, 어떻게 이 곡 끝까지 알지?'


혼자 신기해하다가, 기억해냈다.

내가 이 노래를 연주할 줄 안다는 걸.

나는 2년 동안 꾸역꾸역 콘트라베이스를 배워가며

이 곡을 연주했었다.


웃기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걸 까먹지.

정말 웃기는 이야기다.

아니지, 아니지. 이상한 이야기지.


근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웃기는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닐지 모르겠다.


일상에 묻히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그처럼 연주했는지,

어떻게 그만치 달렸었는지,

어떻게 그렇게 사랑했는지.

그런 것들 모두를 까맣게 잊어버릴 때도 있는 거지.


일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붕 떠서 살 때는

너무 멀리까지 흘러갈까 걱정하더니만,

일상에, 사람들에게 묻히니

당장 어제도 기억이 안 난다고 또 걱정이다.


재개발이니 신도시니 하며 바뀌는 세상에도

촌스러움을 고집하는 동네들이 버젓이 있는데,

나는 그 조차도 못하고, 걱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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