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어디 하늘이에요? 와, 정말 이쁜데요! 한국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예요?” 내가 직장 동료의 모니터 배경화면을 보며 호들갑을 떨어대자, 그는 멋쩍은 얼굴로 내게 대답했다. “이거 그냥, 동네에서 찍은 거예요.” 나는 그의 대답에 살짝 무안해서 어떻게 이런 하늘 사진이 한국에서 찍혔냐며 혼잣말을 흘렸다.
하지만 정말로 한국의 하늘 사진일 줄은 몰랐다. 그럴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설마 동네 하늘이 그렇게 멋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하늘은 먼 이국의 어느 산 위에 있어야 마땅하다 싶었다. 아니면,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나, 백야의 땅에서나 보겠지 했다.
나는 요즘 무서웠다. 마음이 한없이 굽어가고 있었다. 뭐라도 끄적이려고 하면, 그 무엇도 쓰다 말아 버리는 통에 이대로면 아무것도 못 쓰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다. 점점 마음에 와 닿는 것들은 시들해지고, 표정의 가짓수가 줄어가니 그도 그럴 수밖에.
그런데, 오늘 동네에서 적당히 찍은 사진 한 장이 내게 그러지 마라 한다. 그런 게 아니니, 그러지는 말자고 한다. 걱정할 것도 아니지만, 걱정할 것이 그것도 아니란다.
좀 지쳤던 거겠지. 그래서 마음이 급해지고, 여유가 없어지고, 표정이 줄어간 거겠지. 아니다, 이것도 변명이지. 아무리 지쳤다고 한들 하늘 한번 올려다볼 여유가 없었을까. 기어이 걱정하려 했다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고, 시들하다고 걱정하기보다 다른 걸 먼저 걱정해야 했을 텐데 말이다.
'알아채지 못할까, 이대로 지나쳐 버릴까.'
머리 위로 하늘이 활짝 개여 있는데도 굽은 마음으로 저 먼 이국의 하늘에만 연연하여 또 지나쳐버릴 뻔했다. 물론 이국의 초원이나, 하늘이 좋은 때도 있지. 하지만 그 못지않은 것들도 있을 텐데 내가 무심했다.
파랑새나 해골물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아. 깝. 다. 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고, 인연이 지나는 중에 알아채지 못하고 지금 닿지 못하는 곳에 환상을 품었다. 힘들다고 눈은 질끈 감고말이다.
참 유치하다. 하지만 유치한 것은 넘어간다 쳐도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든다.
언젠가는 노르웨이에 갈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그린란드도 가야지. 언젠가는 작가도 될 거다. 또 언젠가는 연애도 해야지. 근데 언젠가는 언젠가니까, 그때까지는 가끔씩 딴 길로도 새면서 하늘을 좀 봐야겠다.
아마, 또 조만간 많이 구겨지고 굽어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눈을 질끈 감고 언젠가 가게 될 노르웨이를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러기 전에 땡땡이를 칠 테다. 흔하고 뻔한 딴 길이라도 좋으니 옆으로 새서 하늘 좀 찾아봐야겠다. 어디 괜찮은 풍경 없나 하며 두리번거려야겠다.
그렇게 해야겠다.
눈을 질끈 감고만 있으니, 동네 하늘 그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