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빤히 마주하면서
시를 쓰는 일은 어찌나 힘들던지.
삶은 견디어 내야 할 것도 아니었고,
맞서 싸울 것도 아닌 탓에
내 시는 종종 갈 바를 잃고 말았다.
그래도 써야지, 그럼에도 써야지.
흔들리는 삶 위에서,
때로는 뿌옇게 흐려진 의미 앞에서
몇 번이고 곱씹어가며
나는 나에게 당부하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도,
무엇하나 가지지 못하더라도,
시를 써야지.
지하철 백음에 파묻혀 몇 자를 적더라도
그것이 시임에 틀림없고,
어두운 등 아래 굽어진 삶이라 하여도
그것은 시임이 분명하니,
결국 시를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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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협력사의 명함을 찾는다고
핸드폰을 뒤적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예전에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이
몇 장 나오더군요.
핸드폰을 책상에 다시 덮어두고
앉아서 하던 일을 마저 하는데
저도 모르게 발을 조용히 구르고 말았습니다.
"텅... 텅... 텅..."
아마도 이번 주에 본가에 돌아가면
배낭을 하나 싸 두어야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아니, 당분간 어딜 가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잊지는 않으려고요,
내가 한때 어땠었는지
그건 잊지 않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