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대반격

by 서량 김종빈

작가가 되려 했던 것도

작가가 되지 않기로 한 것도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쓰려 하는 것도

전부 내 것이었다.


어디선가 이런 구절을 본 적 있다.

"세상의 비웃음만큼 위대한 시작에 어울리는 것은 없다."

글쎄다,

그다지 위대한 시작을 꿈꿔본 적 없으니 알리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비웃거나 비아냥거리면,

무신경한 나조차도 알아채고 만다.


나는 질투받고 있구나.

나를 무서워하고 있구나.

나는 분명 다른 것을 보고 있구나.


위대할 것도, 대단할 것도 하나 없는 내가

위대하거나 위대해지려 하거나, 혹은 그런 척하는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무게를 가지는 순간이다.


나의 몽상, 허풍, 소위 쓰잘데 없는 것들이

쓸만한 것만을 찾는 사람들에게 질투를 사는 순간.

그들이 더 이상 무관심할 수 없게 만드는 위력.


나는 그런 것들을 위해,

작가가 되고 싶었고,

작가가 되려는 것을 그만두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통쾌한 나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