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소소로운 #2
내가 불행하다면 불행한 거야.
힘들어? 다행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서.
고백하자면 나는 누군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아가면서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면 안심이 된다. 이유가 좀 많은데, 첫째는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어서고, 둘째는 나도 힘들다는 소리를 해도 괜찮겠구나 싶어서다.
어째서인지 불행은 허락받아야 하는 것 같아서, 좀처럼 힘들다는 소리를 하지 못하는 게 아쉬운 나로서는 말이다.
"몸 어디가 불편한 것도 아니고, 집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세끼 밥을 다 먹고, 이렇고 저렇고 한데 왜 불행하니? 감사하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해."
난 저기 아프리카 내전 국가의 굶어 죽는 아이들과 불행 배틀을 하자는 게 아닌데, 그냥 나도 나 나름대로 힘들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근데 원치 않는 불행 배틀, 아니, 불행 콜로세움에 세워져서 내 불행과 힘든 것들이 별 것 아닌 것이 되도록 강요받는 기분이랄까. 그것도 전 세계 단위로 불행한 사람들을 다 불러놓고 말이다.
엄살이 아니라, 힘들어서 힘들다는데, 꾸중까지 들어야 하다니 너무하지 않은가?
이러니 내가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주변에 누군가가 나처럼 힘들기를, 그래서 힘들다고 말하기를 바라는 지경까지 온 거지.
누군가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걸 반기고 안심하는 게 옳고 그른지는 사실 관심도 없다.
아무렇지 않게 대단한 일들을 해내는 사람들, 역경을 밥 먹듯 넘겨버리는 사람들, 세상을 바꾸려고 고생을 자처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들 틈 바구니에서 이렇게 열심히 버티고 있는데 이 정도 속 좁은 거야 괜찮다고 본다.
나는 힘들다. 그리고 당신이 힘들면 나는 기분이 좋다. 나만 혼자 힘든 게 아닌 것 같아서 기분이 꽤 나아진다. 그러니까 당신이 힘들다면 힘들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나도 힘들면 당신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큰소리로 힘들다고 외칠 테니까.
이토록 사는 게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이다.
많이 힘들어?
근데 그거 알아? 나도 힘들어 죽겠어.
그나마 다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