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소소로운 #4.

위인은 되고 싶은 사람만 해야지.

by 서량 김종빈

얼마 전에 티브이에서 이런 광고를 봤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대한 일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해버리는."

아, 얼마나 두근거리는 광고 문구인지 모른다. 위대한 일을 별것 아니라는 듯이 직접 해치워버리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게 누구일런지 모르겠지만, 마치 "위대한 일? 그까짓 것 우리가 그냥 해버리지." 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해 버리는 모습 말이다.

나는 진심으로 간절히 기대하고 바란다. 세상에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그들이 위대한 일들을 서슴치 않고 거침없이 해내기를 말이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위대한 일들을 해내고 나면, 나는 아주 작고 소소한 일들을 하며, 중심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변두리에서 내 시간을 보내는 일이 한층 더 쉬워지겠지.

정말로 그 광고처럼 대단한 사람들이 위대한 일들을 거침없이 해내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질 테고, 그럼 나는 그 대단한 사람들이 위대한 일들을 하느라 미처 하지 못하고 놔둔 것들을 해야지.

다행이다. 위대한 일들을 해내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들 나처럼 사소한 일들만 하려고 했다면 이래저래 곤란할 뻔했다.

누군가가 화성에 로켓을 쏘아 식민지를 만든다면, 나는 그냥 그 화성이 밤하늘에서 여전히 잘 빛나고 있는지 한 달에 한번 정도 확인을 해야지.

누군가가 전자화폐를 만들어서 빈부의 역사를 새로 쓴다면, 나는 그 전자화폐로 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두 개 사서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땡볕에 혼자 노는 동네 꼬마에게 하나 줘야겠다.

누군가가 자동차를 똑똑하게 만들어서, 저 혼자 돌아다니는 세상을 만들면, 나는 그중 하나로 포장도로가 끊어지는 시골 어디까지 들어가서 낮잠이라도 자다 와야지.

생각만 해도 설렌다. 언제라도 했었던 이 사소한 일들을, 앞으로 더 쉽게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일들을 뚝딱뚝딱해내는 대단한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진심으로.
그리고 내가 위대한 일보다 사소한 일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이것도 진심으로.

무엇보다도 내 주변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는 위대한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건 그냥 내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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