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소소로운 #5.

변명은 어른의 비타민같은 거야.

by 서량 김종빈

어른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하다. 그러니 어른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

실수가 잦아도 되는 때가 있었다.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때가 있었다. 매 순간이 실수여도 엉망진창이어도 넘어가 주는 세상도 있었다. 세상은 위로 투성이었고,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대신 나서서 변명을 해줬다.

어린 시절이었다. 그래서 용서받기 위해 애써가며 변명할 것도 없었다. 한다 해도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얕은꾀를 변명이랍시고 했었다. 변명하기 전부터 이미 얼마의 용서가 있었으니, 고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또는 되어가면서는 그런 친절한 세상을 등져야 한다. 여전히 실수를 하지만, 그러면 안되고, 아직도 잘못을 하지만 그러면 큰일나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위로는 찾아보기도 힘들고, 간혹 있다 해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 통에 괜히 울렁거리기만 하고, 난감하다. 어른의 세상이다.


그러니, 그런 세상이니까, 위로가 필요하다. 사실 더 잘할 수 있었다고 해도, 내가 부족한 탓에 망쳤다고 해도, 삶의 한구석에는 변명을 꼭 준비해두자. 세상이 전부 네 탓이라며 나를 구석 끝까지 몰아세우면, 변명하며 위로 삼을 수 있도록.


어른이니까, 다들 각자 적당한 변명 하나 정도는 장만해두자. 너무 가볍지 않은 것으로, 너무 무겁지도 않은 것으로, 적당하게. 가능하면 스스로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것으로.


좀 더 정성껏 변명을 하자. 전부 다 내 탓은 아니라고 진심으로 위로하자. 그렇게 사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라도 사는 수밖에, 없다. 어쩌다 어른이 돼버렸으니까.


아, 가끔은 조금 뻔뻔하다 싶을 만큼 힘껏 변명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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