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소소로운 #8.
단절의 이점은 생각보다 많아.
볼일이 있어서 공항에 나왔는데, 벤치에 앉아있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가 외국 어딘가의 공항이면 좋겠다.'
그다지 많이 여행을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여행을 할 때면 외국의 공항이 항상 기억에 남았다. 시설로 보자면 한국보다 엉망이었고, 직원들은 무뚝뚝하고, 시스템 자체가 망가져 우왕좌왕 시장판 같은 공항도 있었다.
한국의 공항에 비하면, 성에 찰 곳이 있었을까 싶지만 어쨌거나 대부분이 그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기억이 난다. 향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랬었지.' 하며 떠올릴 수 있는 곳.
말이 통하지 않는 게 좋았다. 사람들이 무심한 게 또 좋았다. 소박하고 작은 것도 좋았다. 가끔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그런데도 다들 괜찮은, 그런 기다려도 되는 세상이 좋았다.
소매치기당할까 걱정 안 해도 되고, 불편하면 바로 도움을 구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말이 통하는 한국의 공항에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참으로 불손한 말이다.
하지만 온전히 이해받지 못할 바에는 말이 통하지 않고 온통 무심하고 느린 세상이 나을 때도 있다. 말이 통하는데도 이해받지 못하는, 친절한 안내와 아무리 신속한 대처라 해도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말이 통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 편이라면 그다지 좌절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배가 불러서 하는 말이다. 근데 배가 불러도 마음이 부르지 않으면 하게 되는 말이다.
나는 차라리, 아마존 근처 어디쯤 흙바닥을 달리는 프로펠러 비행기가 떠오르고 내리는 세상이었으면 할 때가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가 온종일 느리고 느리게 귓가에 머무는 세상 말이다.
분명 배가 불러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