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지만.

삶의 관성의 법칙

by 서량 김종빈

예전에 누가 그런 말을 했어요.

"오래 살다 보면, 관성으로 살게 되는 거야."


여전히 그 말 전부를 동의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삶의 매 순간이 새로울 수는 없죠.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도 없죠.


어떤 날은 그저 뻗어있는,

어디까지라도 길게 뻗어있을 뿐인 길을 만나게 되지요.

한참을 가도 주변 경치조차도 변하지 않는 시간이 오게 되면,

그때가 관성으로 살아야 하는 순간이죠.


갈래길이 나올 때까지,

바다가 나올 때까지

하늘색이 짙어질 때까지

당신을 만나기까지.


그런 길은 애써 힘껏 달릴 때가 아니죠.

그냥 가게 두는 거죠.


때로는 관성으로 살아가며, 그리고 기다리며,

지나야 하는 삶도 있죠.

계속 이어지도록, 이어지고 이어져,

다시 당신이 사랑하는 풍경이 나오기까지.


그러니, 관성으로 살아가는 삶도 있구나 합니다.


...


삶이 깊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울상을 지어도 별 수가 없다.


사랑이 짙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성을 내어봐도 별 수가 없지.


기다리자.

삶은 기다리는 것도 삶이라서,

숨죽인 내 삶을 초라하다 자조하지 말자.


관성으로 사는 순간이 오면,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다지고,

기다리는 연습으로 시간을 채우자.


그래, 어쩌면 그의 말처럼

일상은 아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길게 뻗은 길에서

조바심과 질투 시기, 열등감과 허영으로

괜한 마음만 시들하는 일도 아까운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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