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이야기
달이 가득 찼다.
혼자서는 빛나지도 못하는 것이 말이다.
아주 오래전에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다던 저 커다란 돌멩이는 어디 멀리 가지도 못하고 아직도 저기 어디쯤이다.
그조차도 환한 대낮에는 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희미하다.
어수룩하다.
온전하게 혼자되지도 못하고
한없이 떠나지도 못하고,
희미하다 흐려지는 것이 남일 같지 않다.
그런데도 달은 가득 찼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밤이 오면 달이 된다.
그냥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하는 것으로,
계속 당연하게 하는 것으로
저 커다란 것은 달이 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계속.
그렇게 하는 것으로 무언가가 되는 것들이 있다.
어쩐지 남일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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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입니다.
모두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무엇도 이루지 못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계속,
어떤 무언가를 조용히 해나가는
우리들에게는 더 좋은 일들이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