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래 내리던 밤,
골목 끝 간판 하나가 깜박인다.
행운 수선소.
“여기… 진짜 가게예요?”
“맞습니다. 오늘은 어떤 행운이 고장 났나요?”
뒤집힌 우산, 두 번 튕긴 카드, 코앞에서 닫힌 버스 문.
잔불운이 따라다니는 하루의 끝에서, 문이 열린다.
“수리는 가능합니다. 대신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냥 오늘만 안 꼬이면…”
“그 ‘그냥’이 제일 비쌉니다.”
작은 기적이 한 번 미끄러진다.
늦은 버스가 멈추고, 사라진 동전이 발끝에 달라붙는다.
한밤의 편의점에서 당첨 종이가 뽑힌다.
“진짜… 되는 건가요?”
“작게 되는 건 금방 됩니다. 크게 되는 건 마음이 오래 걸립니다.”
수선소안에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고백 타이밍을 놓친 청년.
막차를 늘 놓치는 아저씨.
로또 2등을 두 번 놓친 이모.
시험을 앞두고 손에 땀만 나는 아이.
“내일 고백하면 안 될까요?”
“내일의 행운은 오늘의 이유가 필요합니다.”
“버스가 저만 지나쳐요.”
“정류장에서 한 걸음만 옮겨 보세요. 행운은 습관을 싫어합니다.”
“저는 2등만 두 번이에요.”
“그건 끈기가 1등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림자 손님이 문턱에 선다.
검은 우산, 말끔한 구두, 낯선 미소.
“수리 기록, 얼마면 사죠?”
“기록은 팔지 않습니다.”
“그럼 가게는요? 행운도 물건인데.”
“행운을 훔치면 저주가 됩니다.”
가게의 빛이 흔들린다.
수선 바늘이 하나둘 사라지고,
사람들의 작은 행운이 새듯 빠져나간다.
불편한 징조가 동네를 스친다.
“우리가 빼앗긴 거죠?”
“되돌릴 수 있습니다. 나누면 돌아옵니다.”
“그럼 같이 해요. 오늘의 우연을 포기할게요. 대신 모두의 내일을 얻고 싶어요.”
청년은 고백에 성공한 운을 조금 떼어 놓고,
아저씨는 막차를 잡은 운을 반으로 나누고,
이모는 놓쳤던 2등의 끈기를 병에 담아 건넨다.
아이의 떨림도 작은 병 하나에 고이 담긴다.
“이건 나눌수록 커집니다.”
“정말요?”
“행운은 마음의 모양을 닮아 커집니다.”
비가 멎는다.
수선대 위, 유리병들이 낮은 별빛처럼 반짝인다.
문 옆에는 손글씨 안내문 한 장.
오늘의 행운은 사지 않고 나눕니다.
이유를 들고 오세요.
문이 다시 열린다.
종소리 하나, 숨 고르는 숨.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목소리.
“저… 제 행운이 좀 고장 난 것 같아서요.”
“어서 오세요. 먼저, 왜 필요한지 들려주세요.”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