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되돌림

by 지구 외계인

아침, 우리는 장치를 ‘되돌림’으로 맞췄다. 모래시계를 거꾸로 꽂고, 원의 결을 반대로 쓸고, 그물 매듭에 한 올씩 거꾸로 묶는 매듭을 더했다. 주인장이 돌판을 들어 올려 병과 마주 보게 세웠다. 글자가 병의 유리에 비쳤다.

먼저 부름

“오늘은 뒤집는 날입니다.” 주인장이 말했다. “나간 것을 불러들이고, 훔친 것을 되돌립니다.”

나는 칠판에 짧게 적었다.

되돌리기 — 흩어진 온도를 부릅니다.
방법 — 모래 뒤집기, 원 거꾸로 쓸기, 그물 되매듭.
주의 —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이유만 부릅니다.

문이 열리자 버스 운전사, 빵집 주인, 학생, 반지 이모, 정장 남자, 어제 장치에 ‘조금’을 얹고 간 동네 사람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모두가 한 줄씩 되돌릴 이유를 내놓았다. “놓친 2초”, “탔지만 향 좋은 모서리”, “사라지지 않기”, “방향을 먼저 말하기”, “나를 놓치지 말자”. 우리는 그 문장들을 거꾸로 꿰었다. “말하기 먼저 방향”, “말자 놓치지 나를”, 장난처럼 들리지만, 뒤집힌 말은 나간 것을 끌어당겼다.

그때였다. 문턱 봉합 테이프의 모서리가 아주 약하게 떨리더니, 바깥에서 찬 반짝임이 한 줄, 또 한 줄 달려왔다. 어제와 달리 곧장 새지 못하고 장치의 원에서 한 번 머뭇거렸다. 손수건의 섬유가 그 반짝임을 붙들었다. 냄새가 났다. 빵의 가장자리처럼 고소한데, 속은 차가운 냄새. 주인장이 낮게 중얼거렸다.

“흔적입니다. 어젯밤, 누군가 이 길로 빼갔다는.”

우리는 문을 반쯤 열고 골목으로 나섰다. 반짝임은 낮에도 보였다. 빛가루가 모래처럼 흘러, 배수구를 피해, 간판 밑을 돌아, 어둑한 통로로 이어졌다. 그물에서 떼어 온 실 한 올을 빛가루 위로 얇게 늘어뜨리자, 실이 태엽처럼 그 방향을 기억했다. 반지가 빠진 샤워장의 배수구를 지나, 면접장 복도의 불 꺼진 자리, 체육관의 미끄러운 코트 모서리를 지나, 빵집 오븐 뒷문, 버스 회차 지점, 그리고 골목 맨 끝, 지하로 내려가는 문 앞에서 빛가루가 원을 그리며 멈췄다.

문에는 표지가 없었다. 대신 문고리에 검은 우산 끈이 한 번 묶여 있었다. 주인장이 문턱을 발끝으로 살짝 눌렀다. 테이프를 붙이지 않았는데, 끈적했다. 안쪽 공기가 새어나오는 느낌. 우리는 문을 열었다.

계단 아래, 임시로 꾸민 방. 온도는 없는 반짝임이 가득했다. 벽에는 복사된 가격표가 여러 장. “그냥 — 싸게”, “먼저 — 빠르게”, “나눔 — 묶음할인”. 글자마다 온도가 빠져 있었다. 중앙 탁자에는 가죽 가방이 하나, 절반쯤 열린 채 놓여 있었다. 그 안에서 찬 빛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우산은 벽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고, 장갑은 널어 말리는 중이었다.

그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젖지 않은 미소, 젖지 않은 손목. 우리를 보자 그는 잠깐 미소를 접었다가, 곧 다시 폈다.

“환영합니다. 오늘은 손님들이 많군요.”

주인장이 탁자와 우리 사이의 거리를 한 뼘 남기고 섰다.

“거래하러 온 건 아닙니다.”

“그럼…” 그는 손짓했다. “관람료는요?”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는 되돌리러 왔습니다.”

그의 눈빛이 아주 얇게 흔들렸다.

“무엇을요?”

“어젯밤 당신이 빼간 온도와 붙들림.”

그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탁자에 손을 얹었다. 손등이 매끈했다. 그리고 매끈한 손등이 갑자기 움찔했다. 가방 입구에서 무언가가 살짝 튀어 나와 그의 손가락을 톡 건드렸다. 그는 재빨리 손을 뺐다. 손끝에 동그란 자국이 찍혀 있었다. 반지의 지름처럼.

이모가 숨을 들이켰다. “저거…”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날이 건조해서 정전기가 잘 일어나네요.”

주인장이 가방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나는 그 틈에 장치에서 가져온 모래시계를 탁자 가운데에 놓았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지 않았다. 나는 말문을 열었다.

“되돌리기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질문은 나중에.”

“여기가 법원입니까?” 그가 피식 웃었다.

“법은 없습니다. 대신 대가의 법칙은 있습니다.” 주인장이 덧붙였다. “훔친 행운이 어떤 모양으로 돌아가는지, 오늘은 확인만 하죠.”

우리는 각자 한 줄씩 말했다. 되돌리기 문장. “놓친 2초를 돌려드립니다.” “탔지만 향 좋은 모서리는 주방으로.” “사라지지 않기는 코트로.” “방향은 복도로.” “나를 놓치지 말자는 샤워장의 원으로.” 말을 할 때마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거꾸로 솟듯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인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온도를 만들었고, 온도가 모래의 방향을 바꿨다.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가죽 가방 입구에서 찬 빛이 더 많이 새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작은 것들이 꿈틀거렸다. 반지의 둥근 그림자, 코트의 물기, 복도의 어두운 점, 코트 바닥의 땀 자국, 빵 모서리의 그을림, 버스 문턱의 2초. 뜯겨 온 장면들이 얇은 벌레처럼 모여 있었다.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가 장갑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장갑 또한 그를 돕지 않았다. 손가락을 넣는 순간, 장갑의 바느질선이 자기 손을 조였다. 그는 눈살을 더 세게 찌푸렸다.

“뭐죠, 이건.”

주인장이 대신 대답했다.

“증거입니다.”

“증거라고요?”

주인장이 가방 입구를 가리켰다.

“당신이 훔쳐 파는 것들이 정말 ‘잉여’였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하루에서 떼어 온 ‘필요’였는지. 훔친 행운은 온도가 없어서 당신 가방에서 썩지 못합니다. 썩지 못하면 어떻게 되죠? 주인을 찾습니다. 못 찾으면 가까운 손을 물죠.”

나는 그의 손등의 반지 자국을 가리켰다.

“지금 물렸습니다.”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방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가방 지퍼가 절반에서 멈췄다. 찬 빛이 지퍼 사이로 톱니처럼 삐져나왔다. 그는 우산을 들어 그 위를 덮으려 했다. 검은 천이 순간 얇게 타들었다. 불은 없는데, 빛이 천을 먹었다. 그는 우산을 떨어뜨렸다.

“위험한 장난은 그만두시죠.” 그가 이를 악물었다. “저는 팔았을 뿐입니다. 원한 사람에게.”

이모가 나섰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고 단단했다.

“누군가는 ‘그냥’을 싸게 사는 법을 배웠을 거예요. 그리고 나머지는 하루의 붙들림을 잃었겠죠. 내가 어제 잃은 반지처럼.”

학생이 이어서 말했다.

“저는 마지막 슛 전에 종을 아주 작게 울렸어요. 떨림을 나눴다고 믿었는데, 오늘은 팀이 서로 신호를 못 맞췄습니다. 누가 속도를 샀나요?”

정장 남자가 종이를 들어 보였다.

“복도 조명은 고쳤지만, 거울은 아직 김 대신 물방울이 맺힙니다. 누가 ‘잘 보이기를’ 너무 많이 샀나요?”

버스 운전사가 모자를 벗었다.

“2초를 냈는데, 오늘 아침 몇대는 제 시간을 도둑맞았습니다. 당신이 파는 속도가 그 시간을 먹었겠지요.”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우연의 교차일 뿐—”

주인장이 고개를 저었다. 병을 꺼내 가방 옆에 놓았다. 병 속 조각들이 서로를 밀다 붙으며 작은 소리를 냈다. 빵 모서리 냄새가 아주 얇게 돌았다.

“우연은 온도가 없습니다. 지금 이 방엔 두 종류의 반짝임이 있죠. 하나는 차갑고, 하나는 따뜻합니다. 차가운 것은 훔친 행운의 조각, 따뜻한 것은 나눈 행운의 남김. 둘이 만나면 결과가 분명합니다. 차가운 것은 주인을 찾거나, 못 찾으면 가까운 손을 물죠.”

그가 소리 없이 뒤로 물러섰다. 발뒤꿈치가 우산 자루에 걸려 멈췄다. 그때 가방이 아주 작게 ‘툭’ 하고 울었다. 반지의 둥근 그림자가 가방 입구에서 튀어나와 그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뺐다. 손목에 붉은 고리가 생겼다. 이모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장치의 원 종이를 펴서 탁자 위에 올리고, 그 위에 모래시계를 거꾸로 올렸다. 모래가 위로 올라가는 흉내를 내며 멈췄다. 주인장이 돌판을 병과 나란히 두고 낮게 말했다.

“돌려놓읍시다.”

우리는 순서대로 한 줄씩 말했다. 되돌리는 이유. “반지는 손등의 원으로.” “팀의 신호는 코트의 선으로.” “거울의 김은 사람의 숨으로.” “2초는 문턱의 정지로.” “방향은 발끝의 각도로.” 말이 끝날 때마다, 가방에서 나온 차가운 장면들이 원 위로, 병 쪽으로, 그물 쪽으로 흘렀다. 가방은 점점 가벼워졌다. 대신 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무게를 실린 표정. 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숨이 차갑게 나와 바로 사라졌다.

“멈춰.” 그가 낮게 말했다. “충분합니다.”

주인장이 고개를 저었다. “충분할 때까지.”

그는 마지막으로 버틴 듯 우산을 들어 올렸지만, 우산의 봉이 손의 온도를 훔치며 미끄러졌다. 그는 우산을 놓았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는 답할 차례를 주인장에게 넘겼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이제부터는 팔지 말고, 돌려놓으세요. 당신 가방의 지퍼가 완전히 닫힐 때까지. 그리고 당신이 만든 복사본 가격표를 모두 찢고, 오늘 장치에 붙이세요. ‘싸게’ 대신 ‘조금씩’, ‘빠르게’ 대신 ‘함께’, ‘묶음할인’ 대신 ‘나눌수록 커집니다’로.”

그는 미간을 좁히며 복사본을 하나 잡아찢었다. 종이가 잘 찢기지 않았다. 온도가 없는 종이는 쉽게 갈라지지 않는다. 그는 이를 악물고 조금씩 찢었다.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우리는 그 조각을 테이프 위에 붙여 방향을 바꾸는 화살표로 만들었다. 바닥의 원은 화살표들로 둘러싸였다. 바깥을 가리키던 화살표는 안쪽으로, 안쪽을 가리키던 화살표는 서로를 향해.

그가 마지막 한 장을 찢을 때, 가방이 스스로 닫혔다. 지퍼가 덜거덕 소리를 내며 끝까지 내려갔다. 방 안의 차가운 반짝임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의 손목의 붉은 고리는 옅어졌다.

주인장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훔친 행운은 결국 주인을 물어뜯습니다.”

그 말이 방의 벽을 한 번 돌아 병으로 들어갔다. 병 속 조각들이 아주 얇게 빛났다. 빵 모서리 냄새가 진해졌다. 그는 의자에 앉아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이번엔 숨이 차갑지 않았다. 아주 약하게, 미지근했다. 그는 얼굴을 들어 우리를 한 명씩 보았다. 이모, 학생, 정장, 운전사, 빵집 주인, 청소 아주머니, 그리고 주인장과 나.

“나는… 아마 다시 실패하겠지요.” 그가 말했다. “버릇은… 순서니까.”

나는 점이 찍힌 작은 종이를 꺼내 그의 앞에 놓았다.

“오늘은 한 점만. ‘왜’ 말고 ‘어디로’.”

그는 잠시 바라보다가, 아주 천천히 썼다.

밖으로 팔지 않고, 안에서 되돌리기로.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제 이 방의 온도를 돌려놓읍시다.”

우리는 우산을 그물 아래 세웠다. 우산 천의 타 들어간 구멍들은 손수건으로 덮었다. 장갑의 조이는 바느질선은 손으로 늘이고, 가방은 돌판 옆에 눕혔다. 그는 가방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가방이 그의 손을 물지 않았다. 우리는 문턱에 테이프를 한 겹 더 붙였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골목의 빛이 내려왔다. 어제처럼 새지 않고, 오늘처럼 돌아왔다. 계단을 오르며 그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나… 다시 와도 됩니까.”

주인장이 짧게 대답했다.

“이유를 들고 오세요.”

그는 검은 우산 끈을 손목에 한 번 느슨하게 묶고, 계단을 올랐다. 밖에서 비는 오지 않았지만, 우산을 펼치지 않고도 그는 젖지 않았다. 장치에서 나온 온도가 골목에 얇은 지붕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가게로 돌아와 문을 닫자, 종이 맑게 울렸다. 우리는 장치를 ‘오늘’로 되돌렸다. 모래시계를 바로 세우고, 원을 순방향으로 쓰다듬고, 되매듭을 풀어 기본 매듭으로. 병과 돌판 사이의 거리를 한 뼘 좁혔다. 주인장이 칠판에 마지막 줄을 적었다.

오늘 기록 — 되돌렸습니다.
증거 — 물린 자국, 닫힌 가방, 돌아온 온도.
다음 — 유지.

밤이 내려앉자, 골목의 불빛이 일정하게 박자를 맞췄다. 버스는 정류장에 멈췄고, 결제음은 한 번에 울렸고, 엘리베이터는 올라갔다 내려왔다. 반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이모는 손등의 원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학생은 손목끈의 남은 한 올을 가방에 달았고, 정장 남자는 면접장 안내 메일의 문장을 고쳤다. “면접은 내일입니다.”가 아니라, “내일, 당신을 먼저 부릅니다.”

우리는 장치 옆에 앉아 차를 데웠다. 주전자의 김이 부드럽게 돌아왔다. 나는 오늘의 이유를 병에 적어 넣었다.

오늘은 훔친 행운을 되돌리고, 내 몫의 떨림을 나눈다.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을 아주 작게 울렸다. 내 귀에만 들리게. 그리고 우리는 알았다. 되돌리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훔친 행운이 주인을 물어뜯는다면, 나눈 행운은 주인을 지킨다는 것을. 골목의 온도는 그 사실을 기억하고, 내일 아침에도 그 기억으로 문을 열 것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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