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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의 끄적임 Jul 30. 2019

생각의 거울을 통해서 점검하라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

우리 전 세대인 아버지들과 지금의 20,30대와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평균 신체 스펙, 가치관의 차이 등이 있겠지만, 언어 습득 부분에서 살펴보자면 지금의 청년들을 기성세대와 비교하였을 때 가장 큰 차이중 하나는 '한자'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단순히 언어 습득 유무에 대한 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 언어의 특성상 한자는 한국어를 사용하는데에 있어서 표현의 깊이와 다양성에 어마무시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청년들은 글을 쓸 기회가 훨씬 많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을 단다거나, 매일매일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로 지인들과 소통할 때도 글을 쓰게 된다. 빈도에 있어서는 기성세대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글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문의 글을 쓰거나 깊이 있는 언어를 전달하는데에 있어서는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300단어의 글을 쓰라고 해도 다 채우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태반이다.


비단 위에서 말한 '한자'의 습득력 여부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빨리 처리하려는 공통된 심리와 독서량의 감소 등 여러가지가 그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글을 쓸 줄 알아야 할까?


인생을 마주하는 자세에 있어서 여러가지로 훌륭한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던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글을 쓸 줄 모르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때 당시에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글을 쓸 줄 알아야 하는 이유는, 글자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많은 행위들 중에서 글쓰기는 우리의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교수님도 같은 맥락에서 "글을 쓸 줄 모르면 자신의 생각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바보로 살 수 밖에 없다. "라고 말씀하셨다. 청년들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글을 많이 쓰는 것과 반대로, 그들과 비교하여서 점점 글을 쓰는 능력이 퇴보하는 제자들을 향한 걱정이 담긴 말씀이었다.

책(Reading)은 우리의 머리를 깨우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글쓰기(Writing)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종합광고대행사 TBWA의 CCO인 박웅현씨가 쓴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여담으로 2편인 "다시, 책은 도끼다"도 굉장히 좋은 책인데, 아무튼 이 시리즈에서 박웅현씨는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깊은 고찰을 고전을 통해서 전달한다. 책 내용 중에서, 독일의 유명 작가였던 카프카는 책의 역할로서 우리의 사고를 깨우는 "도끼"를 비유한다. 책을 읽음으로서 우리가 가진 생각들을 변화시키고 깨우치는 효과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조금 진부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Writing)는 '거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할 때 거울을 보며, 옷을 입고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확인을 할 때도 거울을 본다. 여성들과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화장을 고칠 때 작은 손거울을 보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혼자 살 수 없고, 자의든 타의든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마주칠 수 밖에 없다. 거울은 이러한 내가 상대방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확인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상대방을 만남으로서 시각적으로 우리의 겉모습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전, 어떻게 비춰지는지 점검할 수 있는 생각의 '거울'로서 기능해야 한다. 물론 글쓰기를 통해서 완성되는 '글'자체가 생각의 집합체이지만, 글을 쓰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본인의 생각과 주장을 정리하고, 갈무하는 연습의 과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아무런 준비도 안하고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면 후줄근한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연습 없이 쓴 글들은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도 잘 드러나지 않고 남을 설득하기 위해서, 혹은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보여주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계속된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머릿속에 있는 것들과 '글'이 거의 일치하는 수준에 다다를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한 사람의 지성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거울을 통해 최종적으로 집 밖으로 나갈 허락을 스스로에게 받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외출준비를 마쳤는가? 생각의 거울인 '글쓰기'를 통해서 계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나는 스스로 논리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대학교에서 암기를 통해서 시험을 보고 평가를 받는 과목들은 자신이 없었지만, 발표를 하거나 토론을 통해서 교수님과 학우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들은 손쉽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캠퍼스를 나오는 순간,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 말고는 '말'을 통해서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설득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글'을 쓸 줄 알아야 세상에서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책을 읽음으로서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고 생각의 지평선을 넓힐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생각을 방출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글을 쓰는 수 밖에는 없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의 거울을 통해서 점검하는 것. 그것이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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